학생들 "재정삭감, 일반 학생들에게 피해 돌아올까봐 우려"
연대에도 '불똥'…"교육부·대학서 철저히 조사해 명예 회복해야"
[뉴스핌=이보람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들이 '비선실세' 최순실 딸 정유라에 대한 학교의 특혜 지원에 부끄럽고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육부의 재정지원 규모 삭감 등이 아무 잘못없는 재학생들에게 또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18일 이화여대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대가 정씨에게 입학·학사관리 측면에서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이대에 정씨의 입학취소와 입학처장, 담당교수 등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최씨 모녀와 최희경 전 총장 등을 수사의뢰키로 했다.
이같은 교육부 발표에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부끄럽고 화가 난다는 반응을 먼저 보였다. 이와 함께 정씨 하나로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장혜진(공과대학 3학년)씨는 "밖에서 이대를 종종 '순실학교'라고 부르는데 부끄럽다"며 "보통 학생들은 성적받기가 힘든데 그렇게 쉽게 출석처리되고 성적을 받은 데 화도 난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자연과학대학 회장을 맡았던 이고은씨는 "이대생들이 학교에 대한 애교심이 남다른데 학생들의 마음이 다쳤을까봐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교육부와 학교가 관련 교수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중징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유모(영문학과 1학년)씨는 "최 전 총장이 상황이 커지기 전에 미리 사퇴하면서 잘못한 교수들이 밝혀져야 하는 과정이 흐지부지 된 게 아닌가 싶다"며 "교육부가 관련자들에 대해 좀더 명확하고 세세한 처벌 규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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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비선실세'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입학·학사관리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이대생들은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송영지 기자> |
특히 재정지원 삭감 등을 고려중이라는 교육부의 제재 방침이 선량한 대부분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모(사회대 4학년)씨는 "잘못을 한 교수들의 중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집인원 감축이나 사업비 지원 축소 등의 언급이 나오는 것은 재학생들이 벌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처분 방향이 '미래라이프대학 사업' 등 교육부 정책에 반발한 이대생들을 벌하고자 한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같은 학생들의 지적에 "과거에도 총장이나 학교법인 등 경영자들이 잘못한 것 때문에 학교가 재정지원 삭감 대상으로 선정되거나 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빠져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교육부에서도 직접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제재는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한다"고 답했다.
또 "국가에서 대학에 재정지원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아니면 학교에 패널티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엿다.
이번 감사결과 발표로 연세대에도 불똥이 튀었다.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고교 성적표에 '수우미양가' 중 가장 낮은 '가'가 수차례 발견됐음에도 그가 지난 1997년 장학금을 받고 연세대에 입학,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인 것. 이와 관련 여러 연대생들은 교육부와 대학이 직접 나서 장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연세대 재학생 김모씨는 "최순실이 대체 어디까지 개입돼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교육부와 대학측 모두 철저히 조사해 학교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재학생 이모씨도 "부정한 돈과 권력으로 돌아가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수험생 중 연대에 지원하는 학생이 많을텐데 대처를 잘해서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육의 장(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현재 연세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추가 감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후 4시경 서울 강남구 한 친척집에 머물던 장씨를 체포했다. 장 씨는 그동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운영에 관여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부터 부당한 지원을 받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