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tvN ‘더 케이투(The K2)’를 통해 남자다움의 끝을 보여준 배우 지창욱. 아무래도 첩보 액션이기도 했고, 그가 맡은 역할이 보디가드였기에 직접 소화해야하는 무술과 액션 기술의 강도가 만만찮았다. 다행히 무사히 해낸 지창욱은 더 이상 액션 장르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원 없이 모든 걸 쏟아냈다.
자체 순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더 케이투’가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스스로 아쉬운 것도, 만족스러운 점도 있다는 지창욱. 바르셀로나 해외 로케 촬영과 화려한 액션 연기, 복수와 사랑 등 복잡한 인간 관계에 엮인 인물을 연기하면서 고민도 많았다. 이제는 훌훌 털어버릴 일만 남았다는 그는 일단 밀린 집청소를 시작했다. 장장 6시간이나 걸린 집청소가 드라마 종영 후 그의 첫 개인 스케줄이었다.
“드라마를 마치고 나서 아직 쉬진 못했어요. 쫑파티를 했고 그날 술을 잔뜩 마시며 스태프, 배우들과 회포를 풀었죠. 그리고 집으로 와서 청소를 했어요. 늘 작품 핑계를 대면서 미뤄왔는데 이번에는 기필코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정말로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생각에. 하하. 한 번 시작해보니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인터뷰 일정이 끝나면 다시 연극 ‘그날들’ 지방 공연을 할 거고, 그 후에 저만의 시간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더 케이투’는 우리 사회를 보여주듯 공감을 샀다. 정치권과 로열패밀리의 비리,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암투 등이 자세히 그려지며 주목도를 높였다. 그 속에서 지창욱은 지켜주고 싶은 여자 안나(윤아)와 지켜야 하는 여자 장유진(송윤아) 사이의 인물 제하를 아주 멋스럽게 그렸다.
최근 ‘기황후’에 이어 ‘힐러’ 그리고 ‘더 케이투’까지 작품과 함께 배우로서 남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가 말하길 캐릭터, 대본, 그리고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대목. 이번 ‘더 케이투’는 인물관계가 구미를 확 당겼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딱 세가지예요. 글이 재밌고,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제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죠. 이 중 한 가지만 제대로 충족이 되도 욕심이 생겨요. 이번 ‘더 케이투’는 제하 캐릭터를 비롯해 인물 간의 관계가 너무나 재밌었어요. 권력과 복수, 그리고 이들의 관계가 모여 이야기를 이룬다는 자체가 저를 설레게 하더라고요.”
김제하가 사랑한 여자는 안나였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장유진과 김제하가 이뤄지길 바랐다. 이 같은 반응에 지창욱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고 말했다. 그런 미묘한 감정 자체가 보는 재미 요소 중 하나가 아니었겠냐고 덧붙였다. 그는 유진과는 절대 사랑이 아니며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라고 설명했다.
“유진에게 느끼는 제하의 감정은 동정과 연민에 가까워요. 유진은 제하를 갖고 싶지만 제하의 입장은 파트너 관계예요. 그것도 아주 확고하죠. 둘 사이에 알게 모르게 미묘한 감정이 흐르고 끈적끈적한 관계로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역시 필요한 장치였기 때문에 더 부각이 되길 바랐죠.”
항간에는 제하와 안나의 사랑이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지창욱은 안나와 제하의 사랑이 운명적이라고 봤다. 이미 첫 회에서 등장한 안나가 제하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를 도와주지 못한 두 사람의 만남부터가 인연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물론 점차 사랑에 빠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울 수도 있다며 그 역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제하의 입장에서는 안나를 지켜주지 못했기에 안타까웠을 거고 한국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지켜주고 싶고 더 관심이 갔다고 생각해요. 극중에서 안나의 상황을 담은 모니터를 보면서 호기심이 들기 시작하죠. 그렇게 서서히 제하는 안나를 자신의 여자라고 여겼던 거죠. 하지만 이 점이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지금껏 열심히 활동한 지창욱. 하지만 국내에선 로맨틱코미디를 한 적이 없다. 하고는 싶지만 자신이 없어서 도전하지 못한 장르. 그는 “로코는 누가 봐도 모델 같은 친구들, 정말 멋있는 사람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망언(?)했다.
“‘내가 로맨틱코미디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확신도 들지 않았고요. 로코와 액션물이 있으면 희한하게도 저는 후자에 손이 가더라고요. 제 성향인듯해요. 예전에는 시청자를 웃음 짓게 하는 코미디는 잘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 호흡과 템포가 어렵더라고요. 그렇지만 지금은 로코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예전보다는 커요. 저의 로코는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배우 지창욱과 군대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아직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지만 내년 즈음엔 입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웃었다. 지창욱은 "입대 전 한 작품 정도 더 참여하며 대중과 만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가 되기 전에 입대를 계획하고 있어요. 영장은 3월에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쯤이면 입대일을 가늠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내년 하반기가 오기 전에 갈 듯합니다.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는데 명확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작품 하나 정도는 하고 갈 수 있을 듯 하고요.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품을 만나야겠죠.”
[뉴스핌 Newspim] 글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