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화 등 보유채권 절반 이상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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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장기 채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트럼프발(發) 금리 급등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었다. 보유 채권을 '만기보유증권'이 아닌 '매도가능증권'으로 회계 처리한 회사들은 두고두고 손익계산서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고채 발행 잔액은 7월 말 기준으로 595조원이다. 발행 국채의 평균 듀레이션(잔존만기)은 8.1년이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9월 말 이후 한 달 반 동안 만기에 따라 40~70bp(1bp=0.01%포인트) 가량 올랐다. 금리 상승에 따라 하락한 채권의 가격은 대략 24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채권을 보유한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들이 모두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증권사의 경우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백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가격이 폭락하면서 다들 고생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라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중 생명보험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생보사들은 주로 장기채권에 투자하므로 금리 상승기에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특히 만기보유증권 비율이 낮고 매도가능증권의 비율이 높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게 채권시장의 관측이다.
이들 보험사는 자산 중 절반 이상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다. 또 그 중 상당액을 주식이 아닌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만기보유증권은 시가평가 대상이 아니지만 매도가능증권은 시가평가 대상이다.
삼성생명은 매도가능증권 중 채권 평가액이 108조원에 이른다. 삼성생명의 자산 듀레이션은 6.4년(1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채권의 듀레이션도 이에 근접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최근 한 달 반 사이에 금리가 급등하면서 3조3000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한화생명의 듀레이션은 5.7년으로 매도가능증권 중 채권평가손실만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교보생명도 약 6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매도가능증권은 시가평가를 하긴 하지만 단기매매 금융자산과 달리 당장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는 않기 때문에 실적에 바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도를 하거나 만기 상환하면 실적에 반영된다.
문홍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손익은 자본항목의 미실현손익 계정으로 있다가 나중에 처분하면 손익계산서에 한꺼번에 반영이 된다"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고채 10년물과 30년물을 보험사가 상당히 많이 갖고 있는데 이번에 금리가 급등하면서 평가 손실이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금리가 낮을 때 편입한 증권이 길게는 향후 20~30년 동안 보험사 경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존 보유채권에서는 평가손실이 발생하긴 하지만 매년 7조~8조원에 이르는 채권을 우리는 신규로 매입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것이 오히려 역마진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처음 발행된 국고채 50년물도 비중 자체는 적지만 손실 규모를 늘리는데 일조했다. 생보사들은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기 위해 국고채 50년물을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앞다퉈 담았다.
총 1조1000억원 규모로 발행된 50년물 중 1조원 어치를 생보사와 연기금이 가져갔다. 발행금리는 1.574%로 결정됐는데 현재 유통금리는 이보다 약 53bp 높은 2.107%다. 장기투자기관 입장에서는 한 달만에 약 1750억원을 날린 셈이다.
다만, 국고채 50년물은 대부분 보험사에서 매도가능증권이 아닌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 실장은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된 경우 평가손실로부터 자유롭긴 하지만 해당 증권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률의 규모가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