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충무로에서 다시는 볼 수 없을 조합, 배우 이병헌과 강동원, 그리고 김우빈이 한자리에 모였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는 영화 ‘마스터’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조의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 자리했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물이다.
먼저 희대의 사기범 진회장 역은 이병헌이 연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후 8년 만에 악역에 도전했다. 이병헌은 “이렇게 뼛속까지 악역은 밑도 끝도 없는 나쁜 역할은 ‘놈놈놈’ 이후 처음”이라며 “사람을 상대할 때마다 다른 색깔, 다른 말투를 구사하지만, 외형적으로도 그 정도 노력을 할 것 같아서 흰머리와 수염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진회장을 쫓는 지능범죄 수상팀장 김재명 역은 지난 2월 사기꾼(영화 ‘검사외전’)을 열연했던 강동원이 맡았다. 생애 첫 형사 캐릭터다. 강동원은 “굉장히 정의롭고 정의를 위해서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캐릭터”라며 “이젠 사기꾼이 아니라 형사가 돼서 사기꾼을 쫓는다. 캐릭터 자체가 힘들었고 많은 지점에서 자극을 받기도 했다. 또 캐릭터가 복싱하는 설정이라 복싱 훈련도 꽤 오래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합류한 김우빈은 브레인 박장군을 연기했다. “‘마스터’를 위해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3급을 따놨다”고 너스레를 떤 김우빈은 “작업하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 전문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타자 연습을 조금 했다. 또 가장 본능적인 친구라서 관객과 같이 공감하면서 움직이고 싶었다. 많은 버전을 준비해서 현장에서 선배들과 합을, 감독님의 디렉팅에 맞춰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쟁쟁한 세 배우를 모은 이는 조의석. 지난 2013년 영화 ‘감시자들’로 550만 관객을 동원,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부담감에 10kg이 빠졌다는 조의석 감독은 “‘감시자들’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행복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감시자들’은 원작이 있었는데 이번엔 아니라 다른 느낌일 거다. 저만의 색깔을 넣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특히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마스터’의 첫 번째 강점이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의 출연이라면 두 번째 강점은 볼거리다. ‘마스터’는 서울 도심과 필리핀을 오가는 대규모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됐다. 물론 화려한 볼거리 뒤에는 험난한 과정이 숨어있었다. 특히 필리핀 마닐라에서 촬영이 그랬다. 조의석 감독은 “사전 준비를 5개월 정도 했고 필리핀 현지 스태프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 게다가 날씨가 오락가락한 데다 온도가 35도~40도 정도였다. 스태프들은 몇 명은 실려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병헌도 거들었다. 이병헌은 “지금은 추억이지만, 고생했던 생각이 많이 난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고생한 건 냄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냄새가 났는데 견디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침, 점심을 거기서 먹었다. 바로 옆에 돼지 도살장이 있고 바닥에는 돼지 피가 고여 있고 습도, 온도 때문에 부패도 빨리 됐다. 다들 마스크 쓰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한류스타 김우빈은 조금 다른 고충을 겪었다. 바로 뜨거운 현지 인기 때문. 김우빈은 “수월하게 촬영했다”며 이를 부정했지만, 강동원은 “둘이 어디 놀러 다니면 너무 많이 알아보니까 피곤하더라. 나중에는 제가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막아주고 그랬다. 저는 당연히 모르고, 제 근처에서 우빈이를 몰래 찍어서 몰래 찍으면 안된다고 했다”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하지만 이들 중 가장 고됐던 이는 세 사람 중 회차도, 액션신도 가장 많았던 강동원. 역할을 위해서 찌운 살이 다시 빠졌을 정도로 힘든 촬영이 이어졌다. 강동원은 “액션 찍는데 몸은 열에 나고 찬물 먹으면 배탈이 나고, 계속 반복이었다. 3일 촬영 끝나고 나면 하루는 아프고 그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강동원은 카체이싱 촬영 도중 유리 조각이 목에 박히는 대형 사고를 당했다.
강동원은 “지금은 메이크업으로 메꿨다. 목에 유리가 박혀서 얼굴 전체에 피가 다 났다. 그래도 럭키였다. 제일 큰 파편은 피했다. 감독님이 제일 먼저 모니터로 보고 왔는데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절망에 가까운 얼굴로 바뀌더니 배우 다쳤다고 소리를 지르더라. 그때 사람들이 뛰어왔다. 그냥 그랬다”며 밝혔다.
하지만 이병헌은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되게 위험했다. 길쭉한 유리가 목에 박혔다. 강동원이 만능스포츠맨이고 상남자인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유리를 또 자기가 뺐다더라. 근데 병원 갔다 와서 강동원이 ‘어떡하지?’ 이래서 나는 이 예쁜 얼굴을 다쳐서 그렇구나 하고 걱정했다. 근데 며칠 동안 술을 마시지 말래서 그런 거였다”고 폭로해 웃음을 안겼다. 강동원이 다친 날 하늘이 무너진 줄 알았다는 김우빈은 “그날도 술을 드시긴 했다”고 농을 던져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화기애애했던 이날 제작보고회 분위기는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동원은 “필리핀에서 거의 합숙 생활을 했다. 재밌었다. 쉬는 날은 같이 수영 내기, 농구 내기도 했다. 김우빈이랑 장난으로 팀 짜서 YG(강동원 소속사) 대 싸이더스(김우빈 소속사)로 내기했다. 저희는 나잇대가 비슷해서 그렇게 운동하고 했고, 이병헌은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그랬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마지막은 촬영 내내 강동원과 김우빈에게 든든한 힘이 돼줬던 이병헌이 마무리했다. 그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인데 이 영화가 다루는 지점들, 어찌 보면 사회를 반영하는 그런 내용의 이야기다. 그걸 해결해가면서 관객들에게 굉장히 큰 카타르시스를 드리려고 의도한 지점도 분명히 있다. 힘든 현실이지만 조금이나마 휴식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의 ‘마스터’는 오는 12월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