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8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전약후강의 움직임을 보였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관망하는 가운데 트레이더들이 실시간 대선 승률 사이트에 제시된 데이터를 근간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에 베팅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중국 무역 지표가 악화됐고, 상당수의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이 대선에 집중된 틈을 타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친 실적 및 연간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을 발표했지만 주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이날 다우존스 지수가 72.83포인트(0.40%) 오른 1만8332.43에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8.01포인트(0.38%) 상승한 2139.53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27.32포인트(0.53%) 뛴 5193.49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0.3% 내외에서 완만하게 하락한 주요 지수는 바이스(Vice)를 포함한 실시간 대선 승률 집계 사이트에서 클린턴 후보가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반등했다.
유틸리티 섹터가 증시 전반의 상승 흐름을 주도했고, 마리화나 관련 종목 역시 상승 탄력을 받았다.
아트 호간 분더리히 증권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대선 결과가 9일 새벽까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열려 있어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클린턴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하더라도 공화당이 하원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 역시 증시에 부정적인 변수”라고 설명했다.
애덤 새런 50 파크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투자자들이 이른바 브렉시트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최종 결과를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톤 프라이빗 웰스의 로버트 파블리크 전략가는 “이날 주가가 상승 반전한 것은 투자자들이 하락보다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시장 변동성은 완만하게 상승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장중 18.5까지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반영했다.
달러화는 강보합을 나타냈다.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 인덱스가 0.2% 가량 상승했고,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0.7% 내렸다.
미국 대선 변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멕시코 페소화와 증시는 클린턴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예고했다.
페소화가 0.8% 뛰었고, 멕시코 증시를 추종하는 아이셰어 MSCI 멕시코 캡트 상장지수펀드(ETF)는 2% 이상 급등했다. 이에 따라 ETF는 4거래일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 파이낸셜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현재 정치적 공백을 맞았다”며 “백악관뿐 아니라 상하원 구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고, 이 때문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속하게 기업 실적과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인상 여부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런 카바노프 보야 파이낸셜 전략가는 “대선 직후 투자자들은 3분기 기업 이익이 3% 증가한 사실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라며 “이는 증시에 상당한 호재”라고 강조했다.
종목별로는 자동차 렌트업체 허츠가 실적 악화를 빌미로 장중 한 때 30% 폭락한 뒤 낙폭을 22% 선으로 축소했다.
밸리언트 제약은 연간 이익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가운데 20% 이상 급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