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속 수출부진 장기화…'L자형 수출' 고착화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기대됐던 수출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수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이제는 '희망 고문'으로 와 닿고 있다.
지난 8월 2.6% 증가하면서 20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후 한진해운 사태와 자동차 파업,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까지 잇따라 악재가 겹치면서 주저앉은 모습이다.
◆ 정부 "자동차 파업, 휴대폰 수출 감소로 수출 차질"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3.2% 감소한 419억달러, 수입은 5.4% 줄어든 348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7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5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전체 7.9% 감소한 이후 올 들어 수출 감소폭이 점차 줄다가 8월에 2.6%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9월 이후 2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백형록)와 현대자동차 노조(지부장 박유기)가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 광장에서 연대투쟁을 결의하며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하반기에는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낙관하던 정부는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올해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상쇄되면서 회복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 밖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수출이 고전하는 이유는 저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뜻밖의 악재가 잇따라 겹치면서 주력품목이 고전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자동차 파업, 휴대폰 수출 감소,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인한 수출 차질이 총 21.1억달러"라면서 "4.9%p의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조업일수 0.5일 부족해 9.4억달러 수출 차질?
하지만 수출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파업' 탓만 하는 것은 안일한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업일수가 0.5일에 부족한 것까지 수출부진의 이유로 거론하는 모습은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지 우려하게 된다.
정부가 파악한 수출 차질 규모는 자동차 파업이 5억달러, 갤럭시노트7 6.7억달러다. 그런데 조업일수 부족으로 인한 수출 차질을 9.4억달러로 보고 있다. 이달의 수출액과 전체 조업일수를 감안해 단순 계산한 수치다.
이런 방식이라면 올 들어 조업일수가 전년대비 더 많았던 달에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것은 어떻게 설명할 지 의문이다. 뜻밖의 악재와 조업일수 부족이 악재로 작용한 것은 맞지만 그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올 들어 월별 수출 감소폭이 줄면서 회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저유가로 인한 기저효과가 상쇄됐기 때문이지 실제 수출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
올해 월별 수출액을 보면, 3월(430억달러)과 6월(452억달러)에만 선전했을 뿐 대부분 4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간신히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하반기에 들어서도 400억달러 초반에 그치고 있다(그래프 참고).
이는 수출물량 추이를 봐도 마찬가지다. 상반기에는 2월과 3월, 5월에 전년대비 증가하며 회복세를 다졌지만 6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며 주저앉은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구호처럼 외쳤던 '저유가' 탓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수출 체력 자체가 저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L자형 수출'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 전자상거래 수출 등 변화된 환경 적극 반영해야
때문에 주력품목의 체질개선과 함께 전자상거래와 면세점 수출 등 변화된 수출 환경을 보다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전자상거래 수출은 2014년 4630억원으로 25.1% 늘었고 지난해에는 1조2000억원을 돌파하며 159%나 급증했다. 올해도 전년대비 두 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정부도 뒤늦게 관련 제도를 바꿔 반영하기로 했지만 중소 규모의 전자상거래 수출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역직구(전자상거래 수출) 통계에 반영되는 곳은 대형몰 3곳 정도"라면서 "통계시스템이 준비돼야 하고 관세청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야 적용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