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전문인력 제한적...기존 상품과 차별화 업무중복 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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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조한송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헤지펀드 운용을 허가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시장 예상과 달리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기민하지 못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혀온 헤지펀드 시장에 현재 도전장을 내민 곳은 세 곳. 당초 10개 이상의 증권사가 관심을 보였던 데 비해 다소 더딘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헤지펀드를 굴릴 용병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또 기존 상품 및 계열사 간 업무 중복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세 곳 뿐이다. 교보증권과 신영증권 등이 금융당국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업 겸영 신청서를 내고 준비 중인 가운데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KTB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 헤지펀드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증권사 헤지펀드 운용업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증권사의 헤지펀드 진출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헤지펀드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여겨 시장 진출을 준비했으나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아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후 증권사들의 시장 진출이 더딘 것은 헤지펀드를 굴릴 운용인력부터 구하기 어려워서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운용인력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증권사에도 고유자금을 트레이딩하는 인력이 있지만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헤지펀드와는 또 다른 업무"라며 "대형사의 경우 트레이딩부서가 커 내부 충원도 가능하겠지만 중소형사는 외부에서 뽑아야 할 수도 있어 운용인력을 가지고 팀을 만드는게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인력 풀(Pool)을 갖추고 있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증권사에서 고유자금을 굴리는 프랍트레이더의 인센티브 산정 기준이 헤지펀드 운용을 통한 산정 기준과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존 프랍트레이더들은 개인이 1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해서 20억원의 수익을 올리면 그 부분에 대한 일정 비율(10% 안팎)을 인센티브로 받아간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경우 20억원의 수익을 낼 경우 총 성과보수(10% 가정) 2억원에서 다시 개인 성과보수(10% 가정)를 산정하는 이중구조다. 결국 같은 자금을 운용하는데 인센티브 차이는 상당히 크다.
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본부장은 "인센티브 문제로 프랍트레이더들이 헤지펀드 운용 분야로 이동하는 것을 꺼리는 현상이 있다"며 "NH투자증권의 경우 헤지펀드에 고유자금 2000억원이 투입됐기 때문에 자기자본 수익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고 더불어 외부에서 받는 자금에 대해 추가로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차원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업무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투자인 만큼 신탁, 랩 등 기존 상품과의 차별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윤식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헤지펀드운용본부장은 "대부분 증권사가 랩이나 신탁이나 헤지펀드와 유사하게 자금을 굴릴 수 있는 금융상품이 있는데다 일부 회사는 운용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굳이 본사에서 중복 투자해야 하느냐는 생각도 들 수 있다"며 "때문에 헤지펀드 상품을 기존과는 다르게 특화시켜야 하는데 할 만한 대상 자산이 있느냐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시장 진출이 더딘 원인으로 꼽힌다. 9월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의 수는 170여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 역시 8월부터 두달간 수익률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내 헤지펀드가 평균 -1.3%의 성과를 낸데 비해 양호하긴 하지만 두드러진 성과로 보긴 어렵다.
한 중소형 증권사 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긍정적으로 검토는 해봐야 할 사항이나 아직까지 의사결정은 못내리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수익 보기는 어려운 시장인데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은 데다 성급하게 들어가기에는 전략을 짜기도 인력을 충원하기도 쉽지않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조한송 기자 (1flow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