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홀로 된 어머니 끔찍하게 위하는 여섯 딸의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사진='인간극장' 캡처> |
'인간극장' 경북 상주, 딸 부잣집 이야기…홀로 된 어머니 끔찍하게 위하는 여섯 딸
[뉴스핌=정상호 기자] KBS 1TV ‘인간극장’은 24~28일 ‘딸들이 돌아왔다’ 편을 방송한다.
감나무 가지마다 은은하게 가을이 물드는 경상북도 상주의 한 마을. 마을에서 딸 많기로 소문난 채영자(76) 씨 집에 3개월 전 딸들이 돌아왔다.
오토바이 사고로 남편 故신현봉 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혼자된 어머니 곁을 지키려 막내딸 신주영(35) 씨가 고향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주영 씨는 아버지 장례가 끝나자마자 고향집으로 들어와 아버지가 남기고 간 농사일과 집안일까지 돌보는 중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동생을 위해 서울에 사는 둘째 신경연(49), 셋째 신연미(47) 씨도 주말마다 내려온다.
갑자기 아버지를 잃은 딸들은 혼자된 어머니마저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매일같이 수시로 전화를 드린다.
6년 전 어머니 영자 씨는 사다리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 후 좌측 전두엽을 잃고,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강인하고 엄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딸들에게 어리광을 피우는 귀여움이 생겼다.
아들 여럿 있는 집 부럽지 않게 어머니를 끔찍하게 위하는 여섯 딸들. 그런 딸들과 아웅다웅하며 지내느라 크게만 느껴졌던 남편의 빈자리도 조금씩 채워가는 중이다.
준비되지 않았던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 아버지를 향한 그립고, 애달픈 마음을 눈물보다 웃음으로 이겨내고 있는 딸들은 이제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가을걷이로 편히 보내 드리려 한다.
◆6년 만에 고향집으로 돌아온 막내딸
고등학교 졸업 후 집을 떠났던 다른 딸들과 달리 오랫동안 부모님과 함께 지냈던 신주영(35) 씨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자신의 꿈을 찾아 재활심리치료 공부를 시작한 주영 씨는 6년 전 대구로 독립을 했다.
5년 안에 박사과정을 끝낸다는 자신과의 약속대로 지금은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센터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한다.
이제 막 자신의 인생을 펼쳐보려는 때에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혼자 남은 어머니를 위해 고민할 것 없이 바로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 채영자(76) 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인지 예전과 달리 의욕을 잃었다. 평생 남편과 해 온 농사일도 지겹고 그저 편히 누워서 TV만 보고 싶다.
시집을 가야 할 막냇동생이 고향으로 들어오자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 미안한 언니들은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 주말마다 서울에서 내려온다.
깔끔한 둘째 언니 신경연(49) 씨와 알뜰한 셋째 언니 신연미(47) 씨는 주영 씨가 집을 비울 때면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도 다녀오고 집안 청소며 밑반찬까지 해놓고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자란 넷째 딸이 미국에서 아들과 함께 귀국한다.
◆딸들을 향한 사랑이 담긴 영농일지
2천여 평이 넘는 벼농사에다 들깨, 고구마, 고추까지 줄줄이 거둬들여야 할 시기다 보니 주영 씨에겐 24시간도 모자라다.
주영 씨도 예닐곱 살 무렵부터 농사일을 도왔으니 반은 농사꾼이지만, 배추밭에 약은 얼마나 쳐야 하고, 마늘은 언제쯤 심어야 좋을지 몰라 답답하다.
그럴 땐 아버지의 영농일지가 주영 씨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농사 참고서가 된다.
아버지가 평생 써온 영농일지엔 농사법만 적혀 있는 게 아니었다. 딸들이 집에 올 땐 ‘귀가’, 각자의 집으로 떠날 땐 ‘상경’. 아버지 마음속에는 출가외인이 아닌 항상 ‘내 딸’이었던 것이다.
늘 딸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시는 줄은 알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뒤늦게 헤아리게 됐다.
지금까지도 시집 간 딸들에게 손수 지은 곡식들을 보내느라 허리가 굽도록 일한 아버지. 당신이 애써 지어놓은 마지막 농사를 잘 거둬들이고 싶은 마음에 주영 씨는 아침이면 논물을 보러 나간다.
추수를 코앞에 둔 어느 날, 알알이 벼 이삭이 익어가던 논에 멧돼지가 습격하고, 뒤늦은 태풍 때문에 엉망이 됐다.
남편이 돌보던 소를 챙기게 된 영자 씨는 소도 팔고, 막내딸이나 시집보내고 그저 쉬고 싶을 뿐인데 딸들은 파를 뽑고, 마늘을 까는 소일거리를 엄마에게 숙제처럼 내준다.
그럴 때마다 어린애들처럼 드러누워 시위를 하는 영자 씨는 옛날엔 딸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똑똑하고 강단도 있고 고집이 대단했다던 영자 씨는 딸들에게 다정다감한 엄마보다는 매서웠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요즘 들어 양치질을 하지 않고 주무시려 하자 주영 씨와 한판 실랑이를 벌이는데,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어머니와의 이별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딸들은 엄마의 건강이 걱정스럽다.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운 딸 여섯
아들 못 낳는다 구박할 시부모님도 안 계셨지만 딸만 내리 낳자 동네에서 수군거리는 것 같아 서러웠다는 영자 씨. 눈만 뜨면 들로 밭으로 나가야 했던 시절, 금이야 옥이야 키우지 못했지만 딸들은 고맙게도 바르고 씩씩하게 커줬다.
살림 밑천이라는 맏딸 경숙(54) 씨는 항상 동생들을 챙겼고, 둘째 경연(49) 씨는 딸들 중에 가장 유별나도 정 많은 딸이다. 나이 들수록 예뻐졌다는 셋째 연미(47) 씨는 알뜰살뜰하고, 넷째 숙경(45) 씨는 소녀 같고, 다섯째 종연(40) 씨는 과묵하다.
그토록 바라던 아들은 아니어도 열 아들 부럽지 않게 씩씩하고 든든한 막내 주영 씨까지 여섯 딸들은 영자 씨 부부의 자랑이자 보물이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딸들의 눈에 아버지가 늘 베고 주무시던 낡은 베개가 들어온다.
버리자고 해도 못 버리게 했던 아버지의 베개. 그토록 애지중지 한 이유가 뭘까 싶어 베개 안을 열어보는데, 딸들의 마음을 찡하게 했던 아버지의 베개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던 것일까?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서로를 아끼며 사랑으로 보듬어가며 달래는 여섯 딸들과 영자 씨. 그녀들은 오늘도 눈물보다 웃음으로 하루를 채운다.
3개월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혼자 남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집으로 내려온 막내 딸과 나머지 다섯 딸들의 이야기는 ‘인간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 (newmedi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