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17년만에 '부실채권 출자전환' 공식 시행
부실채권 주관 '배드뱅크' 30곳 수혜 전망
은행 잠재리스크 확대, 좀비기업 양상 등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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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배상희 기자] 중국 경제의 ‘잠재 뇌관’으로 불리는 기업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부실채권 출자전환(debt-for-equity swaps)’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는 부실채권이 급증했던 지난 1990년대 이후 17년만에 꺼내든 카드다. 최근 기업부채가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가운데, 거대한 빚더미에 눌린 기업의 숨통을 터주고 동시에 부실한 좀비기업은 솎아내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를 반영한다.
◆ 급증하는 기업부채...출자전환으로 기업 '숨통'
최근 중국 국무원은 매년 급증하는 기업 부채를 줄이고, 생산능력 과잉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7대 방안’을 발표했다. 7대 방안은 ▲기업 구조조정 추진 ▲기업제도 정비 및 규제강화 ▲기업 자금 활성화를 위한 정책 다양화 ▲기업 부채구조 최적화 ▲부실채권 출자전환의 시장화 ▲법규에 근거한 기업 파산 시행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등을 골자로 한다.
그 중에서 ‘부실채권 출자전환’은 채무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부실채권을 주식화해, 자금난을 해소해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다만, 좀비기업(신용불량 적자기업)과 디폴트(채무불이행)기업, 국가산업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은 출자전환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정책 시행으로 향후 3년간 허용되는 출자전환 규모가 1조 위안(약 169조2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이와 관련해 화태증권(華泰證券)의 뤄이(羅毅) 수석애널리스트는 “출자전환 규모가 매년 1000억~2000억 위안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부실채권 출자전환 정책의 본격 시행을 알리듯, 16일 중국 지방 국유기업과 지방 국유상업은행의 첫 번째 출자전환 계약 사례가 나왔다. 중국 건설은행(建設銀行)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부실채권 출자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세계 최대 주석 생산업체인 윈난시예(雲南錫業) 그룹과 50억 위안 규모의 출자전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국 기업 부채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에 중국 당국은 '13·5 규획(13차 5개년계획, 2016~2020년)' 원년인 올해의 경제정책 5대 기조(셋을 없애고 하나를 낮추며 하나는 보강하자, 三去一降一補)에 디레버리징(부채축소)를 포함시켰다. 디레버리징은 보통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대표되는 자산증권화, 은행의 부실채권 매입, 그리고 부실채권 출자전환 등의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의 부채 비율은 GDP(국내총생산)의 160%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기업부채가 중국 경제를 잠식한 ’시한폭탄’으로 비유되는 이유다. 이는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디폴트 사태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우려된다.
중국 대형 글로벌회계법인 PWC(普華永道)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발생한 기업 디폴트는 누적기준 총 42건으로, 그 규모는 250억 위안에 달한다. 지난해는 누적기준으로 총 21건(129억 위안)의 기업 디폴트가 발생했다. 업종별로는 철강, 에너지연료, 금속, 중공업, 건축자재, 농산품 등의 기업이 주류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자오천신(趙辰昕)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대변인은 “이번 부실채권 출자전환을 통해 중국기업의 부채비율이 GDP대비 10~20%포인트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좀비기업들의 디폴트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대출은행의 부실채권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은행의 부실대출 비율은 2014년 1분기 0.95%에서 올해 1분기 1.54%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29개 상장은행의 부실대출액은 1조1300억 위안, 부실율은 1.66%로 지난해 말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농업은행(農業銀行)의 부실율이 2.40%로 가장 높았다.
◆ ‘배드뱅크’ 수혜 전망....부실채권 딜레마 우려도
이번 정책 시행으로 부실자산과 채권을 관리하는 자산관리회사(AMC), 일명 ‘배드뱅크’가 최대 수혜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1999년 설립된 신다(信達), 둥팡(東方), 화룽(華融), 창청(長城) 등 4대 국영 AMC 외에, 최근 몇 년간 연이어 들어서고 있는 지방 AMC를 포함한다.
현재까지 정식 설립된 지방 AMC는 성(省)급 26곳과 시(市)급 4곳 등 총 30곳에 달한다. 그 중 8곳은 올해 설립됐고, 최소 20개 이상의 AMC가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이하 은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방 AMC는 지방은행 부실자산을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대형 국유은행의 부실자산을 관리하는 국영 AMC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이들 배드뱅크는 부실채권 출자전환의 주요 담당기구로서, 이번 정책 시행에 따른 수익률 확대가 예상된다. 다만, 지방 AMC는 부실자산 처리를 주업무로 하고, 은감회가 허가증을 발행하는 금융인가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 업무면에서는 은행에 자산관리상품을 발행하거나, 타인명의로 실질 출자인의 주주권 의무를 이행하는 등에 국한되고, 자금원에 있어서도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초상증권(招商證券) 연구보고에 따르면 2015년 기준 AMC의 부실자산 거래액은 4000억 위안이고,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3000억 위안 규모다. 올해 전체 거래액 규모는 6000억 위안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출자전환 규모는 현재 1000억 위안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실채권 출자전환 시행이 본격화되면, 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상증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자산관리회사에 부실채권을 양도할 경우, 일반적으로 70%대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다만, 정책 시행 초기단계에서 은행들은 부실여신(NPL) 외에 특별관리여신(SML) 등에 대한 주식전환을 진행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 같은 주식 프리미엄(기업의 주식을 장부상 금액보다 일정 비율 높은 가격에 발행 또는 거래)을 고려하면, 50~60%의 할인율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향후 3년간 1조 위안 규모의 부실채권 출자전환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부실자산의 액면가는 약 4000억~50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출자전환 비중(1000억 위안)의 약 4~5배에 달하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부실채권 출자전환’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앞서, 벌써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부실채권 비율은 높아진 반면, 수익률은 저조해진 은행들의 우려감이 크다. 이번 정책 시행으로 기업 부채는 줄어든 반면,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의 부채가 오히려 늘면서 더 큰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재현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재무건전성과 부채의 성격 등을 판단하지 않은 채, 부실채권 줄이기에만 급급하다 보면,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좀비기업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중국이 ‘시장화’ 원칙 하에 추진하고 있는 부실기업 퇴출 등의 강력한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