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나래 기자] 한미약품이 소속된 한미사이언스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및 회사기회유용 행태도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11일 한미사이언스그룹의 경우 한미아이티와 한미메디케어는 일감몰아주기 사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한미메디케어와 온라인팜의 경우 회사기회유용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미사이언스그룹은 7개의 국내계열사와 3개의 해외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정위 지정 대규모기업집단이 아니어서 계열사가 더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료=채이배 의원실> |
이중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고, 2015년12월 말 기준으로 국내계열사의 합산 자산총액은 약 3.3조원이며, 지배주주는 임성기 회장으로 우량한 비기업집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9월 30일 늑장 공시로 시장질서를 교란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먼저, 채 의원은 '한미아이티'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지적했다. 2005년 4월 설립된 한미아이티는 의료용품 및 의료기기판매업, 시스템 통합 용역서비스업, 전산 주변기기 및 하드웨어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임성기 회장의 자녀인 임종윤, 임종훈, 임주현이 100% 지분을 보유(각각 34%, 36%, 21% 보유, 나머지 9%는 자기주식)한 사실상의 개인회사이다.
<자료=채이배 의원실> |
채 의원에 따르면 한미아이티의 총매출액 중 관계회사에 대한 매출은 80%를 상회하는 수준이며, 관계사 매출의 상당 부분은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것으로, 총수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그룹차원의 일감몰아주기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채 의원은 한미메디케어도 일감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2000년 설립된 한미메디케어는 의료영구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로, 2008년 12월 건강보조식품 등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한미에프티를 흡수합병했다.
<자료=채이배 의원실> |
한미메디케어는 임종윤(임성기의 장남)이 5.38%의 지분(특수관계인과 합하여 10.8%)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미아이티가 82.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총수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한미메디케어는 의료용기구, 진단제품, 의약품 및 건강식품 판매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에 채 의원은 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한미약품의 주영업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회사기회유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더욱이 한미메디케어는 총수일가가 직간접적으로 93.35%의 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 총매출액 중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은 2010년 60%에 달하고, 2015년 그 비중이 35.30%로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계열사와의 거래비중이 30% 이상인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라는 것.
다만, 총수일가의 한미메디케어에 대한 직접 지분이 10.8%에 불과해 설령 대기업집단이라 하더라도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 이에 채 의원은 간접지분에 대해서도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채이배 의원실> |
회사기회유용사례로는 온라인팜 회사를 꼽았다. 온라인팜은 의약품 도매업을 영위하기 위해 2012년 4월 설립한 회사로,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한미아이티 25%, 한미약품이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온라인팜의 자산과 매출은 급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매입채무 증가 때문이다. 2015년 기준 회사의 총자산 2371억원, 총부채 2348억원이고, 총부채 중 매입채무 등이 2123억원이며 이중 한미약품에 대한 것이 1980억원이다.
채 의원은 회사의 매출 중 관계회사에 대한 매출은 매우 적은 수준이나 매출원가 대부분은 관계회사로부터의 매입이며, 그 대부분이 한미약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회사는 한미약품으로부터 대부분의 제품을 매입하고 있지만 매입대금의 상당 수준은 미지급상태이며, 한미약품으로부터 매입한 제품을 외부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온라인팜은 한미약품이 직접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사업을 한미사이언스가 75%의 지분을 투자하고 지배주주 등이 간접적으로 25%의 지분을 투자해 해당 사업을 수행하도록 한 것으로 채 의원은 판단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미사이언스그룹의 일감몰아주기와 회사기회유용 행태는 재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더 심각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집단 기준을 기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일감몰아주기와 공시의무 규정은 법 개정을 통해 5조원으로 환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상당수 대기업은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채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실제 시장에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제대상 총수일가의 범위를 대규모기업집단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며 "당장에 법 개정이 어렵다면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엄중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상장회사의 부가 지배주주에게 이전되는 것이므로, 상장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