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업계 외환 트레이더 감소 따른 구조적 리스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주 파운드화 폭락의 진원지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아닌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라는 주장이 나왔다.
파운드화의 ‘팔자’가 쏟아진 일차적인 원인이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리스크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기록적인 폭락을 초래한 원인은 월가 IB 업계의 외환 딜링 데스크의 축소라는 얘기다.
영국 파운드 <사진=블룸버그> |
10일(현지시각) 런던의 컨설팅 업체 콜리션에 따르면 주요 IB 업체의 외환 딜링룸의 트레이더가 지난 6월 말 기준 1477명으로, 2010년 1916명에서 23% 줄어들었다.
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와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성 위축, 여기에 외환시장 여건의 악화 등으로 인해 IB 업체들이 관련 인력을 지속적으로 축소한 결과다.
문제는 트레이더들의 빈자리를 시스템이 채우면서 벌어졌다. 이른바 프랍 트레이딩과 하이프리퀀시 트레이더, 퀀트 전략 등이 외환시장에서 비중을 확대했고, 이는 변동성 확대와 유동성 공백 등 과거 보지 못했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주 파운드화의 추락에서 보듯 특정 통화의 과격한 등락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업계의 재무건정성까지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C트랙 솔루션스의 로버트 세비지 최고경영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은행권의 트레이더들이 주도하는 외환시장이라면 특정 통화의 과도한 폭락이 방지됐을 것”이라며 “트레이더들이 빠져나가면서 시스템이 외환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펀더멘털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극심한 유동성 위축도 외환시장의 질서를 해치는 한편 정상적인 매매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바딤 야라로프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레이더들이 시급하게 매매를 해야 하는 순간 유동성이 증발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특정 통화 매매의 거래 상대방이 없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2위 트레이더인 JP모간은 이날 투자 보고서를 통해 이번 파운드화 폭락 사태가 거래 구조 및 유동성 문제에 대한 논란에 불을 당겼다고 밝혔다.
비은행 부문의 외환시장 개입이 확대된 데 따라 시장의 깊이가 크게 축소된 한편 브렉시트와 같은 변수가 등장한 상황에 유동성을 가늠하는 일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영란은행(BOE)은 지난주 파운드화의 폭락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에 트레이딩 관련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