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통계청장 진두지휘...한은, 속타지만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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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허정인 기자] 경제에 관한 핵심 통계 중 하나인 국내총생산(GDP) 작성를 놓고 통계청과 한은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통계청은 통계에 관한 주무관청인 자신이 작성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한은은 1958년부터 약 60년간 GDP를 작성했으므로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의 공격은 유경준 청장이 진두 지휘하고 있다. 유 청장은 국정감사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개인적으로도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유경준 통계청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유 청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GDP는 향후 통계청이 담당하는 게 맞다"며 "양적, 질적 모두 현재 한은의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GDP를 집계하는 한은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10일 "모 금통위원은 유 청장이 직접 만남을 요청해왔다고 털어놓더라"며 "GDP를 차지하기 위해 순수 한은 혈통인 이주열 총재와 장병화 부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을 두루 만났다는 얘기가 9월 초부터 계속해서 나온다"고 전했다.
유 청장이 금통위원을 접촉하는 것은 의사 결정권을 금통위원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도 유 청장 만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모 금통위원은 "친구니까 뭐, 지난 달에 보긴 했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 역시 "여러 사람 만나는 자리에서 가끔 보긴 한다"면서도 자세한 말은 아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민경제자문회 등을 거친 유 청장은 금통위원들과 연결되는 접점이 많다.
한은은 이같은 유 청장의 행보에 불편해하면서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공연히 문제를 키워, 두 기관간 밥그룻 싸움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 직원들은 통계청이 GDP 통계 작성 권한을 가져가면서 한은 인력까지 차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앞서 농림어업총조사 통계를 통계청으로 이관할 때도 직원까지 함께 데려갔다. 통계청은 대전 정부종합청사에 있다.
한편, 통계청은 현재 GDP와 유사한 지역내총생산(GRDP)를 집계하고 있다. 통계청의 GRDP는 1년이 지난 뒤 통계가 나와 주목도가 떨어진다. 현재 2014년치가 나와있고, 지난해 통계는 올 연말이 돼야 나온다. 한은이 한 분기가 끝나고 28일만에 GDP잠정치를 발표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GRDP 작성을 위해) 한은으로부터 투입산출표 등을 받는데 아직 못 받은 자료들이 몇 개 있고, 지역통계 특성상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