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대, 금융권 수장들의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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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연순 김지유 기자] #시중은행의 A행장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시행 이후 공공기관, 언론, 교수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와의 저녁약속을 일체 잡지 않고 있다. A행장의 경우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는 일주일에 저녁 1~2회 정도, 점심을 포함해 3~4번 미팅을 할 정도로 왕성하게 대외활동을 해왔지만 법 시행 이후엔 김영란법 대상자들과 한차례 점심 식사만 했을 뿐이다. 물론 점심식사 계산은 더치페이였다.
# 시중은행의 B행장 역시 김영란법 시행 이후 모든 미팅을 취소했다. 점심을 포함해 단 한차례도 외부 식사를 잡지 않았다. 대신 은행 내 영업점 직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B행장의 경우 김영란법 시행으로 외부 미팅을 없애는 대신 영업점 직원들과의 점심, 저녁 자리를 늘려 '현장 소통'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시내 불고기 전문 체인점 불고기브라더스 메뉴판에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만들기에 함께 한다'는 안내문구와 함께 신설 메뉴 가격이 적혀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지난달 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금융권 수장들의 생활에도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와의 미팅 자체가 확 줄었다. 미리 잡아뒀던 저녁약속은 모두 취소했고 당분간 만찬 계획이 없다. 점심 약속이 뜨문뜨문 있지만 되도록이면 약속 자체를 잡지 않으려고 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3만원까지 식사 제공은 허용되지만 문제가 될 소지 자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은행장, 금융지주 회장,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등 금융권 수장들이 란파라치의 주요 타깃인 만큼 구설수에 오르는 것 자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뚜렷하다.
금융당국의 수장급 C고위공무원은 "나중에 해명이 되고 별게 아닌 게 되더라도 란파라치에게 말려서 신고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큰 문제소지가 될 수 있다"면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행동거지가 극도로 조심스러워 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헀다.
금융지주의 D회장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비서실을 통해 자주 가는 음식점에서 김영란법 관련 가능한 음식메뉴을 정리하도록 지시했다. 이전부터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와의 미팅이 많지 않았고 지금도 별도 오찬, 만찬 계획이 없지만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해당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회장 비서실을 통해 주로 가는 음식점 리스트를 받아서 김영란법 관련 메뉴가 있는지를 서베이해서 피드백을 줬다"면서 "혹시 몰라 가능한 음식메뉴를 정리해서 보고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A행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와 한차례 점심식사를 했다. 오찬 전 1인당 3만원 내에서 식사를 할 지, 더치페이로 계산할 지를 상대방에 의사를 타진했고 더치페이로 하기로 결정했다. 광화문의 모 한정식당에서 만나 1인당 3만3000원짜리 식사를 주문했고 A행장 식사분은 은행 법인카드로 먼저 계산했다.
해당 은행의 관계자는 "행장님의 경우 원래 일주일에 3~4차례 외부미팅이 있었지만 공직자 등 법 적용 대상자들과 저녁미팅은 전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점심식사 역시 식사값 계산을 어떻게 할 것지를 우선 정한다"고 전했다.
B행장의 경우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법 적용 대상자들과의 모든 미팅을 취고하는 대신 영업점 직원들과의 미팅 횟수를 늘리고 있다. B행장은 원래 영업점 방문이 많은 편이지만 외부와의 점심, 저녁 자리가 줄어든 시간을 직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쪽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당 은행의 관계자는 "행장님 얼굴이 알려져 있는데 (점심, 저녁을) 괜히 잡았다가 얘기가 나올 수 있어 미팅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면서 "영업점 방문해서 직원들 위주로 식사 자리를 많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은행 내 따로 방으로 된 구내식당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1인당 3만원 이하의 원가로 식사메뉴를 제공해 김영란법 적용 대상과의 미팅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수장급 C고위공무원 역시 이전에는 수첩에 외부 미팅 스케줄이 빼곡히 차 있었지만 김영란 법 시행 이후엔 텅 비었다. C고위공무원은 미리 잡아놓은 점심약속 외에 되도록 미팅을 자제할 생각이다. 대신 직원 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체해 개인 '휴식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한편 상당수의 시중은행장들은 경조사의 경우엔 10만원 경조비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전에는 액수를 정해 두지 않은 경조사비와 조화 및 화환을 따로 보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화환과 경조사비를 놓고 고민하다가 이왕이면 실질적으로 하는 것이 낫다 싶어 경조사비 10만원을 선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김지유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