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송중인 JTBC '잘 먹겠습니다'와 SBS '백종원의 3대천왕'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사진=JTBC, SBS, 코미디TV> |
[뉴스핌=이현경 기자] 2년 전 방송계를 강타한 먹방과 쿡방이 시들하다. 반복된 재방송 편성과 비슷한 포맷의 먹방들이 속출하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일부에서는 ‘도대체 언제까지 먹방을 봐야하는가’에 대한 불만도 적잖게 나온다.
◆케이블 재방송 포함 먹방‧쿡방 일주일 내내 장악…높은 피로도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케이블 채널을 포함한 방송사들은 여전히 쿡방과 먹방을 전방 배치하고 있다.
월요일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화요일은 tvN ‘집밥 백선생2’, 수요일은 tvN ‘수요미식회’와 올리브TV ‘원나잇 푸드 트립’ ‘한식대첩4’, 목요일에도 ‘오늘 뭐먹지’ ‘테이스티 로드’ 금요일에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과 tvN ‘먹고 자고 먹고’ ‘삼시세끼’(10월14일부터 방송) 이 토요일에는 SBS ‘백종원의 3대천왕’ JTBC ‘잘 먹겠습니다’, 일요일은 SBS 교양프로그램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 등 일주일 내내 시청자는 먹방과 쿡방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이다.
여기에 재방송 되는 케이블 방송까지 더해지면 TV를 틀면 나오는 게 쿡방과 먹방이란 의미다. 일례로 ‘백종원의 3대 천왕’만 봐 도 일주일에 케이블 11개 채널에서 회차 상관 없이 약 87번 방송된다. 이렇게 되니 시청자는 봤던 프로그램을 또 봐야하기 때문에 피로가 몰려올 수밖에 없다.
◆시청률 부진, 못 먹어도 go?
'원나잇 푸드 트립'에 출연한 기안84(위), '음식탐정'에 출연해 진주면을 먹는 공승연, '집밥 백선생2'의 정준영·장동민·이종혁·김국진 <사진=tvN '집밥 백선생2', 올리브TV '원나잇 푸드 트립' 캡처, KBS 2TV '음식 탑정' 캡처> |
시청률도 지지부진하다. ‘백종원의 3대 천왕’의 시청률은 평균 5~6%대이면서 동시간대 꼴찌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평균 3%대를 유지하는 정도다. 시즌1에서 평균 최고 7.4%까지 올랐던 ‘집밥 백선생’은 시즌2가 되고서 시청률이 반토막 났다. 이 프로그램 역시 3%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다. 올리브TV에서 방영되는 채널의 시청률은 1%도 기록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방송사들은 쿡방과 먹방에 대한 고집을 놓지 못하고 있다. KBS 2TV 는 제한된 단서를 통해 옛 조리서 속 음식의 형태를 추리하여 가장 가깝게 재현해내는 팀이 우승하는 형식으로 꾸려진 ‘음식탐정’을 일회성으로 편성했다. 결과는 처참하다. 평균 1.9%에 동시간대 꼴찌, 그리고 MBC ‘라디오스타’(8.7%)와 6.8%P 차이를 보였다. 본래 이 시간대에 방송된 ‘추적 60분’의 평균 시청률(3~4%)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JTBC의 ‘잘 먹겠습니다’도 마찬가지. ‘잘 먹겠습니다’는 매번 다른 게스트를 불러모으고 새로운 맛집 소개를 하고 있음에도 성적은 저조하다. 지난 1일 방송한 회차의 시청률은 1.7%에 그쳤다.
◆대책 무방비 만만한 게 아이돌…‘먹방’ 푸드 포르노라는 비판도 잇따라
'잘 먹겠습니다'에 출연해 대게살로 게임을 하게된 주우재와 장도연(위), '잘 먹는 소녀들'에서 자장며을 먹다 애교를 보이고 있는 다현 <사진=JTBC '잘 먹겠습니다' '잘 먹는 소녀들'> |
‘잘 먹겠습니다’는 앞서 ‘잘 먹는 소녀들’로 방송됐다가 긴급 프로그램 포맷을 변경한 결과물이다. 앞서 ‘잘 먹는 소녀들’은 당대 인기 여자 아이돌 가수 쯔위, 슬기, 전효성, 경리 등이 출연해 먹방 배틀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먹으면서도 예쁜 포즈, 섹시한 표정을 지어달라는 등 불필요한 리액션과 지령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으며 방송 2회 만에 막을 내렸다. 그 이후 맛집을 추천하는 ‘잘 먹겠습니다’로 변경됐지만 여전히 반응은 뜨겁지 못하다.
게다가 먹방인 경우 단순히 먹는 행위에 대해 노골적인 장면이 담기는데, 이는 먹방을 보는 재미로 볼 수 있지만 쓴 소리도 함께 끌고온다. 먹는 모습에 집중하는 것 자체 때문에 시청자들은 먹방 프로그램에 대해 '먹방 포르노'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맛 설명에 있어 미흡한 프로그램 MC들의 역량도 문제가 된다. 물론 자세한 설명과 먹을 때의 팁이 전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그저 맛있게 먹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것에 그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유명 스타의 먹는 모습, 묘기급의 먹방 행진은 인터넷 방송과 다를게 없는 구성으로 비친다. 시청자들은 높은 TV 수신료를 내면서까지 1차원적인 프로그램을 보는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먹방, 쿡방 이후 방송가 트렌드는?
스타들의 진솔한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tvN '내 귀의 캔디'와 JTBC '말하는대로' <사진=tvN, JTBC> |
먹방과 쿡방을 뛰어넘어서는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제작진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워낙에 세차게 불었던 쿡방, 먹방 열풍이었던지라 이를 능가하는 예능 코드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방송가의 PD들은 앞으로의 흥행 예능 코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tvN의 김석현CP는 "우리가 간과했던 게 있다. 새로운 포맷을 찾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는데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이에 대한 질문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뿐만 아니라 사회와 IT까지 융합된 코드도 좋을 듯 싶다"며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예능 인력소'와 '소사이어티게임'을 예로 들었다. 더불어 그는 "사실 먹방 이후에 무엇이 유행할 지는 전혀 모르겠다.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할 듯 싶다"고 설명했다.
JTBC 정효민PD는 당분간 예능의 정체기가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잠깐의 정체기가 있을 것"이라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요즘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져서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아이템까지 모두 소진했다. 그게 바로 먹방과 쿡방, 그리고 노래 예능이었다"고 말했다.
정효민PD는 이제는 예능이 추구하는 웃음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억지로 만들어진 웃음 포인트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상대의 입장을 듣고 서로가 공감하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전하는 게 필요한 시기로 온 듯하다"고 말했다.
사실 정PD의 말처럼 스타들이 등장해 고민을 이야하고 보다 진솔한 마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최근 화제를 몰고 있다. 그가 연출하는 JTBC '말하는 대로'와 tvN '내 귀의 캔디' 등이 의도적인 웃음 연출이 아닌 담담하게 보고 듣는 재미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주목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