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란히 승진해 패션사업 경영보폭 넓혀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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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전지현 기자] 이서현(43)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과 정유경(44)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패션사업 전략이 업계의 이목을 끈다. 한쪽은 '중국'을, 다른 한쪽은 '국내'를 집중 공략하면서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범삼성가의 고종 사촌간인 두 패션 경영자의 전략적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이틀 차이로 최고경영자 승진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이 사장과 정 사장은 지난 10개월간 비슷한 듯 다른 경영행보를 보여왔다. 단적으로 이 사장은 올 들어 다수의 브랜드를 철수하고 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중심으로 중국에 공을 들이는 반면, 정 사장은 다수의 신규브랜드를 론칭하며 국내사업 확장에 팔을 걷었다.
이 사장과 정 사장은 범삼성가의 패션사업 리더로도 불린다. 이 사장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패션 분야만을 맡아온 ‘패션통’. 정 사장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나온 뒤 패션사업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 초기부터 깊이 관여해 왔다.
▲‘에잇세컨즈’로 중국에 공들이는 이서현 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들어 남성복 '엠비오'와 여성 잡화 '라베노바', '빈폴 키즈' 사업을 정리하며 다분화됐던 브랜드를 구조조정하는 대신, 성장가능성이 높은 '에잇세컨즈'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12월 이 사장이 '원톱' 경영자로 올라서기 이전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으로 통합된 지난해 매출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 56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89억원으로 돌아섰고 매출도 전년의 1조8510억원에서 1조7383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줄었다.
반면 '이서현 브랜드'로 통하는 제조·유통 일괄형 상표(SPA)브랜드 '에잇세컨즈(8Seconds)'는 꾸준한 성장세다. 론칭 첫해인 2012년 매출이 600억원을 시작으로 4년만인 지난해 매출액이 1500억원을 넘었다. 올해는 17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사장은 2020년까지 에잇세컨즈를 매출 10조원의 아시아 톱3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에잇세컨즈’는 이 사장이 브랜드 이름부터 제품디자인, 매장 콘셉트까지 직접 관여했을 정도의 야심작. ‘8초 만에 중국을 매료시켜라’라는 뜻의 이름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과 붉은색을 넣을 정도로 사업 초기부터 중국 진출을 염두한 브랜드다.
이 때문인지 올해 이 사장은 ‘에잇세컨즈’를 통한 중국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한국과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돌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GD)을 모델로 선정해 중국소비자 몰이에 나선데 더해 지난달 30일에는 상하이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 매장은 브랜드 론칭 때부터 이 사장이 구상했던 숙원사업으로 론칭 4년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회사 역량을 총동원한 대대적 마케팅을 전개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오픈 행사까지 숫자 8을 강조하며 30일 오전 8시8분에 열만큼 중국인 입맛을 고려했다.
업계는 현재까지 이 사장의 '중국 전략'이 일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시작한 지드래곤과 협업상품 판매액이 9월말까지 4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는 에잇세컨즈의 대표 매장인 명동점의 평균 매출이 7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5배 이상되는 수치다.
지난 8월19일 명동점에서 진행한 특별행사의 하루 매출은 2억원을 넘었고 매장 방문객은 1만명 이상되는 기염을 토했다. 9월30일 문을 연 중국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오픈 전부터 1000여명의 중국인 고객이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신규브랜드 론칭으로 국내시장 공략하는 정유경 사장
패션산업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지난해 '1조 클럽'에 가입한 정 사장은 독립경영 후 공격적인 영토확장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올해에만 8개 신규 브랜드를 내놨고, 리뉴얼브랜드까지 합치면 올해에만 총 9개를 브랜드 선보이며 철수와 이탈이 지속되는 시장 속에서 나홀로 사업 확장세다.
현재까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성적표는 긍정적이다. 2010년 5807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조52억원까지 뛰었고 상반기 매출액은 3.3% 성장한 484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정 사장의 잇따른 수입·독자브랜드 론칭 중에도 눈에 띄는 것은 이 사장이 철수시킨 남성복(엠비오) 분야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정 사장은 자체 제작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MAN ON THE BOON)'을 내놓고 내년 말까지 10개 매장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폰타나 밀라노 1915'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인수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폰타나 밀라노 1915' 1호 매장으로 오픈했고, 지난 3월에는 이탈리아 고급남성복 브랜드 ‘라르디니(LARDINI)’를, 앞서 지난해 8월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핸드백 편집숍인 '스튜디오B'의 첫 매장을 열었다.
올해 초에는 핸드백 브랜드 ‘쿠론’을 론칭한 석정혜 상무를 영입하고 자체 잡화 브랜드 준비도 시작했다. 여성복의 경우 ‘슬로 패션’을 표방한 원마일웨어 ‘V라운지’를 론칭하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판교점에 매장을 열었다. 또, 올 가을겨울 시즌에는 스포츠 감성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스타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공격적인 외형확장으로 인해 늘어나는 순차입금 규모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해 말 기준 3461억원에 달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기준 3106억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3000억원을 훌쩍 넘고 있다. 차입금으로 인한 부채비율은 현재(2016년 6월 기준) 무려 89.97%에 달한다.
이로 인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신용등급을 기존'A1'에서 'A2+'로 강등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종사촌 간이면서 ‘패션 통’으로 여겨지는 두 사장의 행보가 다른 것은 서로가 처한 기업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그동안 다수의 브랜드를 전개했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패션업계 침체 속에서 남성복과 캐주얼복 매출이 부진한 탓에 성장성을 가진 SPA브랜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정 사장이 경영 전면전에 나선 첫 시험대인만큼 주특기를 살려 장기를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백화점 강점의 국내에서 몸집 불리기를 통한 시장 안착이 중요한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