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개월 사이 해외 투자액 73% 급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은행(BOJ)의 통화완화 정책이 기록적인 규모의 투자자금을 해외로 몰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실물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이 의도와 상반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연기금과 보험사를 포함한 일본의 기관 투자자들은 과거 관심 밖이었던 지역과 자산시장으로 뭉칫돈을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28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사이 일본 기관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규모가 45조엔(448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직전 12개월 대비 무려 73% 급증한 수치다.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으로 가계와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BOJ의 정책 의도와 크게 어긋나는 결과다.
이번 데이터는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BOJ의 부양책이 실패작이라는 비판에 한층 더 설득력을 실어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스페인과 벨기에 등 유럽 주요국 국채부터 덴마크 부동산 시장까지 일본 투자 자금이 과거 스며들지 않았던 곳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아시아 최대 자산운용사인 니코 애셋 매니지먼트는 덴마크 주택시장 투자를 목적으로 지난 5월 별도의 펀드를 조성했다. 2%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커버드 본드는 미국 모기지 채권과 흡사한 구조를 지닌 자산이다.
이는 과거 일본 기관 투자자들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영역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따른 새로운 현상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스미토모 생명보험의 마츠모토 이와오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날로 척박해지는 투자 여건이 기관들을 미지의 세계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거래되는 데다 미국 국채 역시 달러화 헤지 비용을 감안할 때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전통적인 투자 자산으로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일본 기관 투자자들의 운용 자산 규모는 전세계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보험업계 자산만 350조엔(3조5000억달러)에 이르고, 연기금 펀드 역시 130조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기관 자금이 쏟아져 나오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뭉칫돈이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자산시장이 들썩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일본 금융시장이 안정을 이루면서 해외 자산시장에 베팅했던 자금이 썰물을 이룰 경우 작지 않은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모간 스탠리 MUFG 증권의 스기사키 고이치 채권 전략가는 “국내 금융시장과 전통적인 투자 자산의 여건이 정상화될 때 결국 자금이 빠져나올 것”이라며 “일본 국채가 최우선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