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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억류' 한진로마호 선장 "일부 표류선원 해적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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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서 발묶인 문권도 선장 인터뷰…"가족보다 동료선원 걱정"
"한진해운은 국가산업과 큰 연관성…일단 살리고 책임 물었으면"
글로벌 해운업계가 모두 위기…한진해운의 도덕적 해이 때문으로 보기 어려워

[뉴스핌=방글 기자] "우리 아빠가 빨리 집으로 돌아오게 해주세요. 아빠는 싱가포르에서 배에 갇혀 있어요."

8살 초등학생 한 여자아이가 추석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이 소녀의 아빠는 경영난으로 파산위기에 처한 한진해운의 한진로마호를 이끄는 문권도 선장(38세)이다.

지난달 20일 부산항을 출발해 중국을 거쳐 같은 달 30일 싱가포르항에 도착한 문 선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직후 한진로마호가 가압류되며 보름째 24명의 선원들과 함께 배에 갇힌 몸이 됐다.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으로 15일째 싱가포르항에 억류중인 한진로마호. <사진=문권도 한진로마호 선장>

아빠를 걱정하는 딸의 마음을 모를리 없는 문 선장이지만,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는 동료 선원들을 생각하면 가족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려 놓을 수밖에 없다.

한진로마호에 탑승한 문권도 선장. <사진=문권도 선장>

문 선장은 13일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보름간 억류돼 있긴 하지만, 우린 육지와 가까워 물품 보급 등에서 어려움이 전혀 없다”며 “표류해 있는 선원들이 더 시급하다. 조양호 회장이 사재를 출연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우리보다도 그 쪽에 먼저 지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선박은 141척 중 94척이 억류 또는 표류 중이다. 배에 탄 선원만 7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 선장은 “(표류중인 배들은)메일이나 통화가 하루 2회 수준으로 제한돼 있다. 일부 동료들은 해적이 출몰하는 홍해에서 대기 중”이라며 동료들을 걱정했다.

한국 정부와 회사,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문 선장은 회사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일단 회사를 살린 후 회사든 임직원이든 책임을 물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책임질 테니 당장은 회사를 살리는 게 먼저다”며 “한진해운을 일개 해운회사로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국가 산업과 연관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8년 리먼 사태 이후로 한진해운 뿐만 아니라 전세계 해운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해운사들은 합병 등의 상황을 거쳤고, 현재는 중동이나 남미까지 퍼진 상태다”며 “제발 제조업과 해운업의 차이를 알고 대응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 선장이 이끄는 한진로마호는 한진해운 선박 중 가장 먼저 가압류 된 53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으로, 10월2일 부산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헌진로마호에 실린 화물. <사진=문권도 한진로마호 선장>

다음은 한진로마호에 탑승해 있는 문 선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현재 어떤 상황인가.
▲ 배가 가압류 돼 닻을 내려놓고 싱가포르 항만에 정박해 있는 상황이다. 8월30일부터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생필품을 전달받거나 부모님이 위독하시는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뭍으로 내려갈 수 없다.

- 배에 타고 있는 인원은 얼마나 되나.
▲ 한국선원 11명, 인도인 선원 13명 총 24명이 탑승해 있다.

- 건강상태는 어떤가.
▲ 천만다행으로 전 선원 모두 무탈하다.

- 생수나 음식물 등은 잘 공급되고 있나.
▲ 정박한 상태이기 때문에 식료품 구매는 자유롭다. 명절 지나고 15일쯤 한차례 더 구매할 예정이다.

- 회사측과 연락이 되고 있나.
▲ 위성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연락하고 있다. 이메일을 통한 연락은 하루 2회로 횟수가 제한돼 있어 긴급 상황일 때는 위성 전화를 사용한다.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선박보다는 물품 공급도, 회사와의 연락도 훨씬 상황이 좋다. 어찌됐든 정박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핸드폰 로밍이나 심카드 구매 등의 방법으로 가족들과도 연락하고 있다. 우리보다 표류해 있는 선원들이 걱정이다. 그들은 메일이나 통화 모두 하루 2회 수준으로 제한돼 있다. 일부 동료들은 해적이 출몰하는 홍해에서 대기 중이라 걱정이 많다.

- 해수부나 외교부 등 정부 쪽과는 소통하고 있나.
▲ 선박이 억류됐지만, 그 이후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회사 측과 연락 중일 뿐이다.

- 회사에서는 대비책 등 지침을 전달받은 게 있나.
▲ 회사와는 계속해서 연락하고 있다. 비상상황시 어떤 방법으로든 회사에서 지원하겠으니 당장은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요청받은 상황이다.

한진로마호. <사진=문권도 한진로마호 선장>

- 언제까지 배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건가.
▲ 정해진 기한은 없다. 싱가포르은행에 돈을 지불하든지, 싱가포르법원에 돈을 지불하든지, 공신력 있는 보험사가 보전해 주든지, 용선료를 지불하는 등의 방법 외에는 가압류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 조양호 회장의 400억원이 투입될 가능성은 없을까.
우리 보다 상황이 안 좋은 선원들이 많다. 표류된 선박에 대한 지원이 우선시 돼야 할 거다. 물류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 한진로마호에는 어떤 물품이 실려 있나.
▲ 닭고기 같은 냉동‧냉장화물도 있고, 휴대전화나 노트북, 대형 공장에서 사용하는 건설장비 등 4만7000t 수준의 컨테이너가 실려있다.

- 법정관리 전, 한진로마호는 어떻게 운항할 계획이었나.
▲ 8월20일 부산에서 출발해 중국, 싱가폴, 중동, 동남아를 거쳐 다시 10월2일 부산항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압류로 배가 묶여 있어 이러고 있다.

- 한국정부나 국민, 회사, 가족 누구에게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일단 회사를 살린 후에 회사든 임직원이든 책임을 물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책임질 테니 당장은 회사를 살리는 게 먼저다. 한진해운을 일개 해운회사로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국가 산업과 연관성이 크다. 금융 논리로 대우조선 등의 상황과 비교해 도덕적으로 해이하고 부실한 기업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로 한진해운 뿐 아니라 전세계 해운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해운사들은 합병 등의 상황을 거쳤고, 현재는 중동이나 남미까지 퍼진 상태다. 제발 제조업과 해운업의 차이를 알고 대응해주면 좋겠다. 곧 추석인데 한국에 있을 가족들이 우리 걱정 말고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국민 여러분도 명절 잘 보내시기 바란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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