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대학로 소극장에서 펼쳐지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 '늘근도둑이야기' '클로저'(왼쪽부터) <사진=수현재씨어터·늘근도둑이야기 포스터·악어컴퍼니> |
[뉴스핌=이지은 기자] 대학로 소극장이 추석 황금연휴를 다양한 연극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가슴 뭉클해지는 가족극부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코미디극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대학로 명품배우에 브라운관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더해져 알찬 공연을 펼친다.
◆‘민들레 바람이 되어’…눈물샘 자극하는 가족 간의 사랑
2008년 초연 후 누적 관객 20만 명을 돌파한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는 살아있는 남편과 죽은 아내의 엇갈린 대화를 통해 삶의 고민과 갈등을 진솔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부부라면, 부모라면 한번쯤 느껴봤을 법한 대사들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다소 무겁지만, 중간에 웃음 포인트도 있다. 바로 극중 감초역할을 담당하는 노부부 연기다. 특히 노부부(이한위·는김상규·황영희·이지현·강말금)의 맛깔 나는 대사는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더불어 객석을 단숨에 휘어잡으며 재미를 더한다.
'민들레 바람되어' 이일화 전노민 <사진=수현재씨어터> |
여기에 극 중 남편 안중기(전노민·김민상·김영필)와 아내 오지영(이지하·이일화·권진)의 엇갈린 대화는 객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민들레 바람 되어’의 관전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아내가 좋아하던 민들레꽃을 들고 무덤가를 찾은 남편은 살아생전 느꼈던 감정을 쏟아내는 부분이다.
부부와 그리고 노부부의 엇갈린 대화에서 드러나는 오해와 상처, 그리고 아내를 향한 짙은 그리움을 느끼며 고백하는 사랑은 모두를 숨죽이게 만든다. 같이 있을 때는 하지 못했던 서로를 향한 고백은 애정표현에 각박해진 현대 사회와 가족에게 하나의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기에 충분하다.
◆‘늘근 도둑 이야기’…시원하게 꼬집는 세태 풍자 코미디
시사코미디의 본좌로 불리는 ‘늘근 도둑 이야기’는 대통령 취임 특사로 감옥에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이 마지막 한탕을 꿈꾸며 ‘그 분’의 미술관에 잠입하여 겪는 소동을 담았다. 더 늘근도둑(노진원·성열석·전재형)과 덜 늘근도둑(박철민·정경호·안세호·태항호)이 펼치는 만담과 애드리브는 관객들을 포복절도 시킨다.
또 안타까운 세태를 비틀고 부조리한 세상을 웃음으로 비판하면서 ‘개그’의 본질과 함께 사회 풍자로 대중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다른 코미디 연극과는 차별화된 웃음을 선사한다.
포인트 역시 단순한 웃음이 아니다. 시사코미디 연극으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통 큰 웃음으로 현실을 아프게 꼬집는다. 관객들과의 소통까지 더해지니 그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청량음료 같은 작품이다.
◆‘클로저’…아찔하고 치명적인 유혹
패트릭 마버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연극 ‘클로저’는 1997년 영국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서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배우들이 선택한 연극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클로저’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얽힌 네 남녀의 관계를 복잡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냈다. 이들 남녀의 사랑에 대한 갈망이 욕망으로 변하는 과정 등을 미묘한 분위기 속에 완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사랑에 웃고 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과거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랑보다, 현대의 자기중심적인 이기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사랑에 대해 꼬집는다.
'클로저' 박소담과 상대역 서현우 <사진=악어컴퍼니> |
극 중 댄(이동하·박은석·김선호), 앨리스(이지혜·박소담), 래리(배성우·김준원·서현우), 안나(김소진·송유현)의 파격적이고 노골적인 대사는 이질감대신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 시간의 흐름을 과감하게 생략하면서 관객들의 은밀한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남녀의 사랑과 욕망, 상처와 집착을 드러낸 작품이다 보니 관점 포인트 역시 이 부분에 쏠려있다. 관객들은 사랑과 사람사이의 관계, 그리고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는 본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가 생기는 부분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