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 가능한 국채 '바닥' 물가 안 오르면 주식 산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가 매입 가능한 채권 물량의 소진으로 난관에 부딪히면서 주식 매입 가능성이 제기돼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매입 자산에 대한 기준을 완화하는 것으로는 사실상 기존의 프로그램을 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정책자들이 한층 더 비전통적인 대책 마련을 저울질할 것이라는 얘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블룸버그> |
선진국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것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정책 목표치인 2%를 장기간 크게 밑돌 경우 ECB 정책자들이 주식 매입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자들 사이에는 이미 중앙은행의 뭉칫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 채권 시장과 흡사한 형태의 주가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스테판 거락 BSI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ECB가 사들일 수 있는 독일 국채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실정”이라며 “이는 주식을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배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중앙은행이 대차대조표에 포함시킬 수 있는 자산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ECB의 주식 매입을 부추길 것으로 투자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사실 중앙은행의 주식 매입은 사례가 없지 않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애플과 코카콜라 등 미국 블루칩 지분을 1000억달러 이상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행(BOJ) 역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연이어 확대하면서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ECB가 경기 부양을 위한 QE에 주식을 포함시킬 경우 가격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로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6조1000억달러에 달했다. 적어도 정책자들이 매입 대상 자산의 소진으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셉 개그넌 피터슨 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주식 매입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중앙은행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채권시장의 왜곡이 주식시장에서 재연, 금융시장의 질서를 해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때 홍콩 중앙은행은 실물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항셍지수를 10% 가량 매입했다. 이로 인해 불과 2개월 사이 주가가 40% 치솟았고, 이후 18개월에 걸쳐 지수는 두 배 뛰었다.
한편 ECB의 채권 매입 규모는 1조유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오는 8일로 예정된 통화정책 회의에서 ECB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종료 시한 연장을 포함한 규정 완화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