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지난 2년 내내 쉴 틈 없이 연기에 매진한 배우 윤균상(29)이 드디어 휴가를 받았다. SBS 드라마 ‘피노키오’ 이후 ‘너를 사랑한 시간’과 ‘육룡이 나르샤’ 그리고 ‘닥터스’까지 무사히 마친 그에게 마침내 재충전의 시간이 온 거다.
2년간 지낸 촬영장이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그는 드라마가 다 끝나니 무엇을 하며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특히 “작품을 끝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시원섭섭하다. 인터뷰를 하니 이제야 드라마가 다 끝난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종영 때마다 보내주신 큰 사랑에 너무나 감사했어요. 연속해서 드라마를 네 편이나 했네요. 2년 만에 쉬는 시간이 생겼는데 어색하기만 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요. 잠자고 쉬어보려 해도 몸이 막 근질근질해요. 촬영장이 눈앞에 아른거리고요. 이제 곧 추석이라 가족들을 만날 텐데 오랜만에 집밥 먹을 생각에 설레네요.”
지난 2014년 방송한 ‘피노키오’로 윤균상의 이름이 제대로 각인됐다. 시작이 좋았다. 이종석의 형 역할로 짧은 출연에도 존재감이 남달랐다. 그 탓에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고 윤균상은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성장해왔다.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는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은 하지원의 남자친구 역으로,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무사, 이번 ‘닥터스’에서는 냉철하지만 허당기가 있는 의사 정윤도를 맡으며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그는 이 네 작품을 통해 자신의 변화를 몸소 느꼈다.
“‘피노키오’를 하면서 ‘연기는 이런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또 ‘너사시’로는 하지원 선배와 맞붙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여배우와 로맨스를 할 때 저의 역할을 알게 됐죠. ‘육룡이 나르샤’로는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노는 법을 익혔어요. 이 과정을 거쳐 비로소 ‘닥터스’를 통해 전작들에서 배우고 익혔던 것을 검증하는 기회를 얻게 됐죠. 스스로에 의심했던 부분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증명할 수 있던 순간이었고 그 결과도 좋아 기쁩니다.”
‘닥터스’에서 윤균상은 날카로우면서도 혜정(박신혜) 앞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상남자였다. 그러나 자신을 좋아하는 서우(이성경)에게는 매몰차게 거부하는 차가운 남자였다. 초반 지홍(김래원)과 삼각관계가 형성됐지만 이내 접혔다. 보통의 드라마 구성과는 달랐다. 러브라인이 빨리 끝나서 아쉽지 않았냐는 물음에 윤균상은 “오히려 달라서 좋았다”며 만족했다.
“삼각관계에서는 주로 사랑을 이루는 한 캐릭터가 있고, 또 다른 인물은 그 여자를 질투하게 만들기 위해 계략을 꾸미거나 시련을 주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윤도는 달랐죠. 굉장히 쿨했고 그러면서도 유혜정의 키다리 아저씨가 돼주기도 했고요. 또 홍지홍 교수를 인정하는 멋진 남자였어요. 제가 보기에는 윤도가 ‘이상적인 짝사랑’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만화나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아주 멋진 짝사랑이죠.”
하지만 사랑이야기에 있어 윤균상도 아쉬운 건 있다. 혜정은 지홍과, 서우는 영국(백성현)과 이뤄졌지만 윤도는 끝내 혼자였다. 그는 “물론 열린 결말이지만 윤도 곁엔 아무도 없어 외로워보였다”고 서운해했다. 만약 윤도가 서우에게 돌아갔으면 어땠을까. 이를 두고 서우 역을 맡은 이성경과 ‘만약’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성경이와 '윤도와 서우가 이뤄졌으면 흥미진진하지 않았겠냐'고 얘기해본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예상한 것처럼 사랑하게 된다면 색다르지 않겠다 싶다고도 했죠. 윤도가 서우의 마음을 아주 매몰차게 거절하잖아요. 그런데도 받아줬다면 신선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10년 동안 서우를 지켜봐온 영국이 있었고요. 그냥 저는 짝사랑에 만족할 거예요. 대사 중에도 이런 게 있어요. ‘짝사랑 무시하지 마’라고요. 멋진 사랑 한 번 해봤네요.”
드라마를 통해 실컷 짝사랑을 해본 윤균상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보기와 다르게 굉장히 꼰대 스타일이라며 웃었다. 연락도 잘 돼야 하고 짧은 옷은 절대로 안된다. 그의 이상형은 혜정과 서우 중에서는 후자에 가깝다. 10년 넘게 자신을 그렇게까지 바라볼 수 있는 여자에게 흔들렸을 거라고 했다.
“이상형은 매번 다른데 진부한 말로 ‘착한 여자’예요. 식당을 가거나 택시를 탈 때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을 보면 속이 상하더라고요. 그런 걸 한 번 보면 어떤 모습을 봐도 계속 싫어지고요. 굳이 따지자면 ‘닥터스’의 혜정보다는 서우가 이상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처음엔 날이 섰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서우가 많이 바뀌었죠. 그런 모습이라면 윤균상은 아마 서우에게 더 흔들리지 않을까 싶어요.”
드라마도 열심이지만 윤균상은 예능에도 관심이 많다. 이 마음을 알았는지 최근 나영석PD는 인터뷰에서 윤균상을 차기 짐꾼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소식에 윤균상은 “영광이다”며 기뻐했다. 만약 나영석PD로부터 러브콜이 온다면 출연할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활짝 웃었다.
“러브콜이 온다면 열 일 제쳐두고 갈 거예요. 예전에 인터뷰를 할 때마다 좋아하는 예능이 뭐냔 질문에 ‘무한도전’ ‘1박2일’ ‘삼시세끼’를 언급했어요. 최근에 ‘꽃보다 청춘’이나 ‘신서유기’도 재미있게 봤고요. 리얼 버라이어티요? 물론 자신 있어요. 고생을 해도 저는 상관 없어요. 지금은 그걸 즐길 줄 아는 나이니까요.”
연기도 예능에도 욕심이 많은 윤균상. 그의 최종 꿈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는 것. 당연히 가장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지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늘 발전하기 위해 윤균상은 늘 의심하고 공부한다.
“누구나 꾸는 꿈이겠죠? 저는 연기가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날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게 있다면 ‘의심’이에요. 모니터를 할 때도 내가 과하진 않았는지, 모자란 건 없는지 유심히 지켜보는 거죠. 이런 의심이 저를 성장시키는 힘이라 생각해요. 이것이 공부로 이어지는 것이고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었던 제가 꿈이라고 생각했던 게 연기자였어요. 최종 꿈을 이루기까지 쉬지 않고 노력할겁니다. 더 기다려주세요.”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