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땐 '방아쇠'…회의론도 여전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 인상 임박설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거시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재닛 옐런 연준 의장 발언 때문에, 이번 주 발표되는 8월 미국 고용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그 동안 9월 금리 인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던 금융시장은 '혹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관측이 피어 오르고 있다.
지난 30일 뉴욕 증시에서는 금리 인상 시 수혜를 입는 금융주가 홀로 오름세를 보였고 반대로 방어주인 설비업종은 매도세가 연출되는 등 높아진 금리 정상화 기대감을 반영했다. S&P500 금융업종지수가 0.8%가 뛴 반면 다우 설비업종지수는 1% 넘게 급락하며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채권시장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월가 구루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상 시기를 둘러싼 전망과 분석들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어 9월 인상설을 마냥 확신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미국 경제지표도 불균등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어 혼란스럽다.
◆ 9월 인상 우려 ‘급물살’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 <사진=블룸버그통신> |
시장은 오는 금요일(2일) 미국의 8월 고용지표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지표가 기대치를 웃도는 서프라이즈로 9월 연준의 금리 인상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SVB 자산운용 투자전략 대표 닌 청은 트레이더들이 연내, 이르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믿기 시작했다며 “고용지표가 기대 이상으로 나오고 또 하나의 양호한 지표가 발표되면 자동으로 9월 인상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이 완전고용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 발언이 나왔고, 몇 차례(multiple) 인상도 가능하다는 연준 관계자들 목소리도 나온 상태여서 이번 고용지표만 양호하다면 9월 인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월과 11월, 12월 단 세 차례뿐이다.
며칠 전에는 야누스 캐피털의 빌 그로스 역시도 고용지표만 괜찮다면 연준이 9월 금리를 25bp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고문도 내달 인상 가능론에 동참했다. 이날 그는 9월 인상 가능성은 60%인데 미국 고용지표가 좋으면 그 가능성이 8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대외 변수이지 미국 국내 경제만 두고 본다면 청신호가 켜진 상태로, 금리 정상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오히려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고용지표 관전포인트: 눈높이 낮춰라?
연준 금리 인상 시기를 좌우할 고용지표가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또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두고서도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채용 현장 <출처=블룸버그> |
현재 시장은 8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일자리 수가 18만개로 7월 25만개보다는 축소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업률은 4.8%로 7월의 4.9%보다 하락했을 것으로 보이며,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2% 올라 7월의 0.3%보다 소폭 후퇴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엘-에리언은 대외변수를 제외하고 이번 고용지표만 두고 본다면 ▲일자리 수 18만개 이상 ▲꾸준한 임금 성장 가속 ▲실업률을 4.9%로 높이지 않을 정도의 노동참여율 변화, 이 3가지 요건 중 2가지 이상이 충족된다면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일자리 수가 12만개를 밑돌고 임금 성장세가 정체 혹은 둔화되고 노동참여율도 크게 늘어날 경우에는 금리 인상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고용지표 세부사항이 앞서 제시한 예상범위를 벗어나거나 한 가지만 충족시켜도 인상 시기 예측은 복잡해진다.
그는 고용지표가 나오고 9월20일 FOMC가 열리기까지 약 3주의 시간 동안 나올 지표들도 있는 만큼 고용지표 자체가 금리 인상 시점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절대적 기준점이 되기보다는 영향력 있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양호한’ 고용지표 기준점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에 주목하며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실비아의 논평을 소개했다.
실비아는 인구 성장세 둔화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참여율 하락으로 고용 성장률 추세가 낮아지고 있다며, 지금부터 2020년 말까지는 매월 필요한 비농업부문 일자리 증가 수가 7만~10만개 정도라고 주장했다. 지난 1990년대의 경우 평균 15만개 증가가 추세였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12만개로 증가세는 점차 후퇴하고 있다.
그는 올해 월 평균 18만6000개를 기록 중인데 증가 속도가 이보다 더 낮아지더라도 연준의 금리 인상을 연기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연준 관계자들 역시 실비아와 비슷한 의견이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현 추세가 월 10만개 이하일 것이라고 말했고 지난주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미국 경제에 필요한 일자리 수는 월간 8만개 정도일 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5년 동안 8월마다 고용지표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었다면서,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닐 수 있으니 연준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시장: 여전히 경계와 의혹의 시선
재닛 옐런 의장 <사진=블룸버그> |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신중론도 여전히 남아 있다.
CME그룹에 따르면 시장은 9월 인상 가능성을 24%로 보고 있으며 오히려 12월 인상 가능성을 55.9%로 잡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서는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이 9월 인상 가능성을 36%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업체 매크로메이븐스 창립자 스테파니 폼보이는 월가 낙관론자들이 또 한 번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기대했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반기 미국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성장세는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부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모간스탠리는 8월 고용지표가 분명한 리스크이긴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100이 아닌 제로로 보고있다고 평가했다.
오펜하이머 수석투자책임자 크리쉬나 메마니는 자신에게 9월 인상 가능성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고, 핌코도 지난주 재닛 옐런 연준의장 발언이 금리 인상 신호를 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월가 경제전문가 대다수는 아직 12월이 다음 금리인상 시점이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