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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가 뮤지컬계 흥행보증수표로 떠올랐다. <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이지은 기자] 가수 12년차, 뮤지컬 배우로는 벌써 5년 동안 활동했다. 대형 기획사에서 엄청난 팬덤을 형성한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김준수는 3인조 JYJ부터 솔로 가수까지 홀로 쉼 없이 달려왔다. 그 결과, 수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이제는 매 작품 흥행신화를 쓰는 어엿한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김준수는 2004년 5인조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해 ‘시아준수’ ‘시아’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독보적인 가창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까지 사로잡으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시련도 있었다. 과거 소속사와 오랜 기간 분쟁이 이어졌고 현 소속사(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만나 다시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엄청난 공백이 생겼다. 더욱이 음악방송에 나오기까지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3년 넘는 분쟁 동안, 가수로서 활동이 힘들어지자 눈을 돌린 곳이 바로 뮤지컬이다. 첫 작품은 ‘모차르트!’. 김준수의 흥행 신화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현역 뮤지컬 배우들도 탐낼 정도로 대작으로 꼽히는 ‘모차르트’에 당당히 타이틀롤로 이름을 올린 것도 모자라,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15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몸 풀기를 끝낸 김준수는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2011)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1차 티켓 오픈 당시 김준수가 출연하는 6회차 공연의 좌석 1만석이 5분 만에 매진됐다. 사실 지금에는 아이돌과 가수들이 뮤지컬로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아이돌이 뮤지컬까지 하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작품을 이어가면서 실력으로 대중의 색안경을 모두 깨부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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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신화를 쓴 '드라큘라' '데스노트' '모차르트'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EMK뮤지컬컴퍼니> |
‘엘리자벳’(2012), ‘디셈버’(2013)에서도 흥행신화는 계속됐다. ‘엘리자벳’에서는 토드 역을 맡아 30분 만에 14회차 총 5만5000석을, ‘엘리자벳’(2013) 앙코르 공연에서도 역시 3만석을 매진시켰다. 또 매 작품 뮤지컬계에서 내로라하는 톱 배우 박은태, 임태경, 류정한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엘리자벳’으로 뮤지컬 데뷔 3년 만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런 성과에는 분명 팬들의 힘도 컸다. 하지만 일등공신은 김준수 본인이다. 김준수는 독특한 보이스 컬러와 폭넓은 음역대, 안정적인 라이브로 동방신기 활동 때부터 가창력을 인정 받아왔다. 자칫하면 잘 섞이지 않는 목소리가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지만, 김준수는 이를 자신만의 색깔로 작품에 녹여냈다.
더욱이 김준수는 뮤지컬 데뷔 초기 제기됐던 연기력에 대한 우려도 단숨에 지워버렸다. 그는 2014년 초연한 ‘드라큘라’에서 모두가 예상하는 기존 이미지가 아니라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인간적인 뱀파이어’를 연기했다. 이어 판타지적인 요소와 현실적인 캐릭터들을 적절히 섞어 연기하며 ‘샤쿨(시아+드라큘라)’이란 애칭을 얻었다. 또 초연과 더불어 재연에까지 캐스트되면서 입지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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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로 활동했을 때에도 가수로서 일본 투어에 나선 김준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던 김준수는 ‘데스노트’(2015)에서 괴짜 명탐정 엘(L)을 단독 캐스트로 소화하면서 뮤지컬 배우로서 포텐을 터뜨렸다. 이때는 57회차 8만5000장의 티켓을 팔며 전 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신화를 썼다.
그렇다고 본업인 가수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면서 드라마 OST, 미니앨범을 발매하며 가수로서도 활동했다. 미니앨범 ‘꼭 어제’는 음원 공개와 동시에 음원사이트 줄세우기에 성공하며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특히 네 번째 정규앨범에는 뮤지컬 활동에도 불구, 자작곡을 실으면서 뮤지션으로서도 역량을 뽐냈다. 동시에 서울을 비롯해 8개 도시에서 12만 명의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콘서트를 개최했다.
지금까지 쉴 틈 없이 바쁘게 달려온 김준수는 또 한 번의 흥행신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9월 개막을 앞둔 창작 초연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역시 1, 2차 티켓 오픈과 동시에 각 사이트 예매율 1위를 휩쓸었기 때문. 개막 전부터 프리뷰 공연 전석 매진, 주말 공연 매진, 유료객석점유율 70% 돌파 등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여기서도 다수의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은태와 원 캐스트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처럼 김준수가 아이돌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할 수 있었던 데는, 수입을 채우기 위한 욕심이 없는 성격이 한몫을 했다. 무대를 향한 목마름과 그 위에서 쏟는 열정과 땀을 기반으로 한 그의 열정과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