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강퉁 투자, 시스템보다 종목 선정이 중요"
"적극적 마케팅 부담...후강퉁 아픈 기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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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우수연 기자] 선강퉁 시행 움직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대응도 한층 빨라졌다.
후강퉁이 중국 본토 투자의 개방을 의미했다면, 선강퉁은 중국의 미래가치를 담은 성장주 투자를 시작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증권사들은 '신창타이((新常態ㆍNew Normal)' 전략을 내걸고 마케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지난 16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선강퉁 실시 방안을 승인했다. 이번에 발표된 제도는 A주의 전체 투자한도가 폐지되고, 투자대상 종목 수(A주)도 당초 예상했던 500여개에서 880여개로 크게 늘었다. 시장에선 이르면 11월 또는 12월 선강퉁이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후강퉁 경험을 그대로 살려 선강퉁 매매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심천-홍콩 거래소간 시스템 연결이나 매매 규정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거래 라인을 연결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영업부 관계자는 "(선강퉁 매매도) 후강퉁 시행으로 뚫려있는 시스템과 같은 라인으로 간다"며 "하드웨어적인 시스템은 후강퉁과 같고 차이나는 제도를 세부적으로 조율하고, 거래가능한 종목들을 업그레이드하는 정도만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각 증권사는 심천 증시의 시세를 볼 수 있는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고객들에게 시세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해당 국가 증시의 시세를 보려면 거래소에 일정한 비용을 제공하고 라이선스를 획득해야한다. 이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들 위주로 해당 라이선스를 확보한 상태다.
<사진=바이두(百度)> |
◆ 증권사 "선강퉁 대비, 시스템보다 리서치 역량이 중요"
선강퉁 도입을 위한 하드웨어적인 시스템은 후강퉁에서 사용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매매시스템 구축보다는 유망종목을 추천하는 각 증권사별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후강퉁 당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삼성증권은 재작년말부터 투자전략센터 내 '차이나센터'를 설치하고 매일 20개의 유망 종목을 추천하고 있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깊이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고객과 접점에 있는 PB들을 심천에 직접 파견해 현지 분위기를 체험하도록 했다.
국내 유일 중화권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은 이미 작년말부터 선강퉁을 대비해 투자정보를 수집해왔다. '선강퉁 가이드북'과 '선강퉁 유망종목 100선' 리서치 자료를 오는 9월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 현지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달 말부터는 영업직원의 대고객 상담 역량을 높이기 위해 중국시장전망과 투자상품을 설명하는 중국투자 세미나를 연다.
한국투자증권은 선강퉁 승인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강퉁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국의 미래에 투자하자'라는 주제의 이날 세미나에서는 선강퉁 투자전략과 해외주식 직접 투자방법이 상세히 설명됐다.
최설화 한국증권 연구원은 "심천증시는 현재 밸류에이션이 매우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선별적인 종목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또한 심천 A주에 투자할 경우 위안화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시 반드시 감안해야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 vs. 심천종합지수 12개월 Forward P/E 밸류에이션 추이 <자료=삼성증권> |
◆ 선강퉁, 후강퉁보단 기대감 덜해…마케팅 포인트는 '신창타이'
증권사들은 선강퉁 마케팅의 핵심을 '신창타이(New Normal)'로 꼽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워나갈 전망이다. '신창타이'란 고도의 성장기를 지나 새로운 성장 안정 시대를 맞고 있다는 중국식 표현. 심천 증시에는 중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바이오·IT·엔터테인먼트 등 종목이 포진돼 있다.
유안타증권 차이나데스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선강퉁 마케팅 키워드는 '신창타이'가 될 것"이라며 "기존 상해증시는 국영기업 비중이 높았다면, 심천 증시는 IT나 경기소비재의 비중이 높아 투자자들에게 '신창타이'에 포커스를 맞춘 새로운 분야의 투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강퉁이 시행되더라도 후강퉁처럼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중국증시의 급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증권사들도 2년전과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엔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후강퉁 시행 초기, 삼성증권은 후강퉁 점유율이 50%를 웃돌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단행했다. 하지만 작년 6월 시장이 급락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사전에 이를 감지하고 4월부터 고객들에게 중국 비중 축소를 권유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증권사의 작년 3분기 실적 부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한 증권사의 중국 마케팅 담당자는 "후강퉁 시행 초기와 대비해 현재는 대외 지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선강퉁은 초기에는 열기를 이어가면서 상해증시 대비 좋은 수익률을 보이겠으나,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기엔 대외 변수가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후강퉁을 통해 과도한 유동성 랠리의 후폭풍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은 작년 2분기와 같은 유동성 버블을 재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는 3~4분기 중국 증시의 중요 화두는 과잉 유동성 유입이 아니라 '차별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