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컨설팅 중간보고서에 냉담한 반응.."우리와 상관없는 일"
[뉴스핌=방글 기자] "구조조정 내모는 정부, 어이없다" "정부 필요에 의해 구조조정 추진하면서 우리 돈 걷는다" "실적 좋은데 구조조정하라니, 당황스럽다"
조선·해운 다음 타자로 지목된 석유화학 업체들이 외국계 컨설팅 업체가 작성해 보고한 구조조정 중간보고서에 대한 반응이다.
지난 18일 석유화학협회 사장단 간담회에서 보고된 중간 보고서에는 PVC와 TPA, PS의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합성고무(SBR·BR) 제품은 고부가가치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는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생산량이 많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합병이나 설비 폐쇄 등의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업체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과 해운업계 구조조정을 금융권에서 주도하고 있으니 산업통상자원부도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더러 돈을 걷어 컨설팅을 진행하라니 울며 겨자먹기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평소에도 석유화학 업체들은 구조조정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구조조정 이야기가 왜 계속 나오냐는 질문에 "우리도 의문이다. 실적도 좋은데…"라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여수석유화학산업단지 전경. <사진=한화케미칼 공식블로그> |
실제로 석유화학업계는 2분기 좋은 실적을 내놨다.
한화케미칼은 2분기 매출이 2조3922억원, 영업이익이 29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213%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10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35%나 증가했다.
분기 사상 최대실적이 가능했던 데는 석유화학사업의 공이 컸다. 기초소재 부문 영업이익이 14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 한화케미칼 측은 고부가 PVC의 일종인 CPVC 생산이 시작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PVC 생산량을 줄여야한다는 중간 결과를 받은 LG화학도 기초소재를 중심으로 2분기 최대 실적을 내놨다.
LG화학은 2분기 매출 5조2166억원, 영업이익이 615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 9.3%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2011년 3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이 때문에 업계 내부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도 사업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협회 역시 "당장 구조조정이 시급한 품목은 몇 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LG화학이나 한화케미칼 등을 제외하고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분위기다.
구조조정 컨설팅에 대한 업계 반응을 조사한 결과,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 아니다', '중국 뿐 아니라 수출국이 다양해 문제없다', '기술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구조조정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컨설팅이 필요하다고는 본다. 다만, 구조조정 시기가 지금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