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서 정상 분류…자구안 이행 실적 따라 등급 재조정
[뉴스핌=송주오 기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조선 빅3에 대한 평가를 정상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조선업의 상황을 감안해 향후 조선 빅3의 자구계획안 이행 여부에 따라 신용평가가 재조정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선 빅3는 정기 신용위험 평가에서 정상 등급을 받아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서 제외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조선 빅3에 대한 신용등급을 정상으로 분류해서다.
산업은행은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정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대우조선해양의 여신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빅3' 조선소 전경. 왼쪽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사진=각 사> |
조선 빅3가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신용공여액수도 1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선 빅3의 차입금 규모는 1분기 말 기준 26조원에 달한다. 40조원 넘어설 신용공여액이 20조원 미만으로 낮춰진 효과를 본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할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400억원(권역별 기준) 수준으로 금융당국에선 파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평가에서 조선 빅3를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자구계획안의 철저한 이행이다.
장복섭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지난 5일 금감원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조선 빅3에 대해 채권은행에서 정상으로 분류해 이번 평가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렇지만 조선업종의 취약성을 감안해 채권은행이 자구계획을 제출받아 이행하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3사는 지난 6월 채권단에게 총 10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대우조선해양이 5조3000억원 규모로 가장 컸으며 현대중공업 3조5000억원, 삼성중공업 1조5000억원 등이었다. 유가증권·부동산 등의 자산 매각, 주요 비상장회사의 기업공개(IPO), 사업 매각,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이런 규모의 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조선 3사의 자구계획안은 출발부터 삐걱되고 있다. 조선 3사 노조는 파업으로 실력 행사에 들어갔으며 현대중공업의 하이투자증권 매각 성공 여부도 불확실하다.
여기에 조선 3사의 공정 지연 또는 발주처의 인도 거부로 자금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조원 규모의 드릴십(이동식 석유시추선) 인도 지연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의 대규모 프로젝트 일환으로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선수금 2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인도시 받기로 해 소난골에서 인도 거부를 하면 남은 대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참여한 익시스 프로젝트도 공정 지연으로 인도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향후 신용평가 재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구 계획안 이행 여부에 따라 수시평가를 통해 등급 재조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대기업 32개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을 유도하는 C등급은 13개,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은 19개다. 구조조정대상 기업의 자산규모는 24조5000억원, 신용공여액은 19조5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정기평가 결과와 비교해 각각 13조8000억원, 12조4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금감원은 오는 11월 중소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