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상위 기업 지수 대비 '언더퍼폼'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수년간 뉴욕증시의 상승 동력을 제공했던 자사주 매입을 놓고 투자 심리가 급변해 주목된다.
자사주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선 기업들의 주가가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 뉴욕증시 상장 기업의 부채 비율을 대폭 끌어올린 채 자사주 매입이 힘을 다했다는 진단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2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S&P500 기업 가운데 자사주 매입 상위권 기업의 주가 상승률이 연초 이후 지수 대비 2.8%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수익률(PER)을 떨어뜨리며, 이로 인해 해당 종목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크게 낮춘다. 그만큼 주가 상승 여력을 제공하는 셈이다.
실제로 뉴욕증시가 2009년 2분기 저점 이후 장기 랠리를 기록한 데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대량 사들인 데 따른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끌어올린 것은 주가뿐만이 아니다. 최근 5년 사이 S&P500 기업의 총 부채가 56% 급증했다.
기업들의 투자가 후퇴하는 가운데 부채가 대폭 늘어난 것은 회사채 발행으로 저리에 자금을 조달한 뒤 자사주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S&P500 기업의 EBITDA(법인데, 이자, 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 대비 순부채 비율은 2015년 초 1.0%에서 최근 1.4%로 뛰었다.
자사주 매입이 기업의 부채 비율을 대폭 끌어올린 가운데 더 이상 주가 상승 효과를 내지 못하는 셈이다.
이를 직시한 기업들은 2분기 들어 자사주 매입을 축소하는 움직임이다. 지난 1분기 기업들이 사들인 자사주 규모는 1630억달러로, 역대 두 번째 기록에 해당한다.
하지만 연초 이후 7월 말까지 자사주 매입은 2760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1%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이 주주들에게 자본을 환원하는 통로로 활용되지만 기록적인 저금리와 저성장 여건 속에서는 채권과 같은 꾸준한 수익률과 잠재 성장률 중 어느 한 가지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편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연구개발(R&D) 투자가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올들어 7월말까지 12%의 상승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인 7%를 크게 앞질렀다.
이는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이 기업의 펀더멘털로 옮겨가는 정황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