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김세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영화로나마 국가대표란 이름의 무게를 느꼈죠.”
변신에 능한 배우 수애(37)의 한계는 어디일까. 스크린과 안방을 오가며 전혀 다른 옷을 입어온 그가 이번엔 아이스하키 스틱을 움켜잡았다.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불꽃처럼 나비처럼)부터 파병군인의 아내(님은 먼 곳에), 아이를 납치당한 라디오진행자(심야의 FM) 등 매 작품 예측불허 캐릭터를 선보인 수애. 김종현 감독의 ‘국가대표2’에서 그는 난생처음 탈북자 출신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에 도전했다.
“제가 연기한 이지원은 북한 대표선수로 있다 동생만 놓고 남한으로 와요. 본인 의지가 아닌 아버지 강요로 탈북하죠. 핀란드 대표를 꿈꿀 만큼 남한에서도 붕 뜬 인물이고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던 그가 비로소 국가대표가 되면서 동질감, 소속감을 느껴요. 대단히 극적인 캐릭터라 지원이의 감정이 매번 특별하게 다가왔죠.”
아무리 변신을 거듭해온 수애로서도 국가대표만은 쉽지 않았다. 인라인을 즐겨 탔다지만 얼음판은 이야기가 달랐다. 더욱이 그를 비롯해 오연서, 하재숙,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 등 극중 선수들에게 할애된 연습시간은 불과 3개월이었다.
“인라인 덕을 볼 줄 알았는데요. 웬걸,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국가대표잖아요. 칼날에 의지해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데 다양한 기술을 구사해야 하니 고역이었죠. 현역 선수들이 많은 도움을 줬지만 국대급 실력을 보여주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요. 때문에 운동선수들이 일반인과 다른 것, 일테면 평소에 달리는 거, 세리모니나 물 마시는 거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했죠.”
다행히 빙상에 흘린 땀은 배우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더 리얼한 경기장면이 욕심나는데 마음만 앞서고 몸은 안 따라줬다”는 수애의 말과 달리 ‘국가대표2’가 담은 아이스하키 경기장면은 호쾌하고 스펙터클했다.
“영화 속 토너먼트 장면을 보고 솔직히 저희도 놀랐어요. 스케이트를 타본 사람은 김슬기, 김예원 씨뿐일 정도로 저희 모두가 아마추어였거든요. 실제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면 그걸 흉내내는 정도였죠. 카메라를 6대나 동원하고, 중국전에 CG를 입히니까 볼만했어요. 결과물이 좋으니 당연히 기분 좋죠. 촬영 마친 뒤엔 ‘다신 못 찍겠다’ 입을 모았는데 막상 보니 다시 할 수 있겠다 싶어요. 대단하죠?”
영화를 통해서나마 국가대표를 체험한 수애. 극중에서 주위의 비웃음과 냉대에도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말로 못할 벅찬 감동을 느꼈다. 더불어 수애는 지금도 묵묵히 땀 흘리는 비인기종목 선수들, 나아가 우리 사회 모든 소시민들이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의 무게는 말로 못할 정도였어요.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정말 뿌듯했죠. 여자아이스하키처럼 비인기 종목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의 고충과 노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고요. 영화가 잘 돼 그 분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연습했으면 좋겠어요. 노력과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빛을 보리라 힘을 냈으면 해요. ‘국가대표2’가 그분들께 용기를 드렸으면 싶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연기 말고 실제로 국가대표가 된다면 어떤 종목이 어울릴 지 물었다. 아이스하키가 정말 어려웠다던 수애에게서 돌아온 답은 테니스였다.
“배우가 아닌 운동선수 수애를 상상하긴 어려운데요. 뭘 하나 했다면 테니스였겠죠? 어렸을 때부터 테니스 선수를 동경했고, 4년 정도 열심히 치기도 했고요. 물론 경기를 뛸 정도로 수준급 실력은 아닙니다. 아, 어릴 때 테니스 유니폼이 그렇게 예쁘게 보이더라고요.”
‘국가대표2’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건 당연히 7년 전 흥행에 성공한 전작 ‘국가대표’다. 비인기종목 스키점프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이 작품은 8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나리오 받을 당시 제목이 ‘아이스호케이(아이스하키의 북한말)’였는데 중간에 바뀌었어요. 당연히 1편에 대한 강박이 생겼죠. 부담도 됐고요. 근데 언제부턴가 오히려 잘 될 수도 있겠다 싶었고, 차츰 희망이 커졌죠. OST도 전작과 똑같은 걸 쓰다 보니 그때처럼 잘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젊은 층은 물론 나이 든 어른들도 공감할 영화라 기대도 되고요.”
‘국가대표2’가 한계를 극복하는 영화인만큼, 인간 수애의 연기나 인생철학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30대는 20대와 또 다르다는 수애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며 웃었다.
“신인 때는 민폐가 아닐까 부담, 불안이 상존했어요. 16년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 저를 관찰하고 뭔가 얻으려는 친구들을 보면 그냥 새롭죠. 어릴 땐 제 것만 분석하고 파고들었는데 당시 저도 선배들에게 많이 배웠더라고요. 당연히 저도 후배들에게 나눠줘야죠. 동생들과 함께 하며 좋은 기운도 나누고, 스스로 시야도 넓히고요. 언제나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배우였으면 해요. 사람으로도 그렇고요.”
[뉴스핌 Newspim] 글 김세혁 기자(starzooboo@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