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배우 맷 데이먼이란 언빌리버블한 조합이 9년 만에 돌아왔다. 모두가 손꼽아 기다렸던 그야말로 왕의 귀환. 인텔리 첩보액션 '본 시리즈'의 2편(본 슈프리머시)과 3편(본 얼티메이텀)을 합작한 두 사람은 신작 '제이슨 본'에서 전율의 액션과 탄탄한 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세계가 주목하는 폴 그린그래스의 역작 '제이슨 본'은 트레드스톤 작전 중 자아를 잃었던 미중앙정보국(CIA) 요원 제이슨 본의 묵직한 복수극이다. 이와 동시에, CIA의 새 프로젝트 아이언핸드를 폭로하기 위한 전직 요원들의 위험천만한 미션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다시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 닉키 파슨스(줄리아 스타일스)의 얼굴이 반갑기 그지없다.
14년간 이어진 시리즈 최신작 '제이슨 본'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첩보전의 양상도 변모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2002년 막을 올린 '본 아이덴티티'와는 사뭇 다른 싸움, 즉 위성과 휴대용 단말기, SNS를 기반으로 한 통신전쟁이 영화의 근간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새로운 전쟁에 집중하면서 '제이슨 본'의 액션 강도가 다소 약해진 건 사실이다. 특히 맷 데이먼의 나이(시리즈 첫 작품 당시 31세였던 그는 현재 45세)가 본편에서 슬슬 느껴진다.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고 좁아터진 공간에서도 정교한 주먹을 날리던 맷 데이먼의 액션도 줄었다.
그렇다고 땀내 나는 본 시리즈 특유의 맨몸 액션이 사라진 건 아니다. 상대가 쓰러질 때가지 이를 악물고 싸우는 요원들의 무자비한 액션은 여전하다. 특히 라스베가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대규모 자동차 추격신이 오래 기다린 팬들의 갈증을 제대로 풀어준다. 이 장면은 내한 기자회견 당시 맷 데이먼이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뭣보다 뱅상 카셀의 존재감엔 새삼 놀랐다. 프렌치 옴므파탈의 대표주자 뱅상 카셀은 제이슨 본의 숙적이자 모든 수수께끼의 열쇠를 쥔 키플레이어를 열연했다. 물론 '본 아이덴티티'(2002)의 클라이브 오웬도 멋진 적수였지만, 지금껏 이 시리즈에서 이렇게 멋진 악역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인정사정없는 차량 추격과 둔탁한 액션, 서늘한 저격신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뱅상 카셀의 카리스마는 주인공 맷 데이먼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CIA의 야심찬 요원 헤더 리로 변신한 그는 적인지 아군인지 끝까지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속편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프로젝트 유지를 위해 요원의 제거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CIA 국장 듀이 역의 토미 리 존스 역시 어마어마한 존재감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사진=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