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황수정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여리다. 브라운관 속 카리스마 넘치던 그가 대체 어디 있나 싶을 정도다. 실제로 만난 정인선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작고 가냘프고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이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강렬하고 폭발적인 에너지가 나왔나 싶었다.
정인선(25)은 최근 종영한 JTBC '마녀보감'에 해란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극의 시작이 되는 '저주'를 퍼붓는 중요한 역할로, 첫회에서 바로 죽으며 빠른 하차를 했지만 방송 직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제가 어떻게 연기를 했어도 빛나게 해주셨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게 잘 담아주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역할 자체가 셌고, 첫 회다보니 심혈을 기울여 찍어주신 것도 있죠. 제게 '연기 잘한다'고 칭찬을 하시는데, 저 혼자서 한 게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느꼈어요. 종방연 때 감독님부터 액션팀, 의상팀 등 한 분 한 분 다 찾아가서 감사 인사를 드렸죠."
정인선은 17, 18회에 다시 한 번 잠깐 등장했다. 처음부터 계획된 출연은 아니었지만 그의 재등장은 또다시 화제를 모았고, 존재감을 재차 각인시켰다. 정인선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을 믿어준 감독에 공을 돌렸다.
"처음 미팅할 때와 대본 리딩 당시, 감독님이 '잘 한다' '할 수 있다' 믿어주는 부분이 많았어요. 실제로 제가 어떻게 연기할 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믿음을 주셔서 오히려 의아할 정도였죠.(웃음) 현장에서도 제가 하는대로 그냥 믿고 격려해주셨어요. 처음에는 부담이 컸는데, 결과물을 보니 '내가 나를 덜 믿었구나' 깨닫게 됐죠. 감독님 믿음 덕에 스스로 생각했던 한계보다 더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기대감이 연기를 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거죠."
정인선은 해란 역을 누가 해도 임팩트가 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또 다른 어떤 작품보다 '힘들었다'며 한숨도 내쉬었다. 폭넓은 감정연기부터 와이어액션 등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많았다. 정인선은 짧은 출연에도 액션 스쿨에서 제대로 구슬땀을 흘렸다.
"대본을 보면서 컴퓨터그래픽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다 시키셨어요.(웃음) 피눈물 안약은 정말 따가웠고, 와이어는 말할 것도 없었죠. 액션 스쿨에서 어떻게 동작을 해야 더 커보이고 힘을 아낄 수 있는지 새로운 부분을 많이 배웠어요. 그래도 와이어 장면을 찍고 나면 온몸이 아프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니 더 능숙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역할 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 역시 만만치 않았다. 대선배 염정아에게 분노를 퍼부어야했고, 목을 졸라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염정아는 정인선이 머리 속으로만 상상하던 흑주술을 하는 무녀 '홍주'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어요. 상상했던 이미지 그 자체라 오히려 더 치기어리게 막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웃음) 감히 목을 졸라야 하는데 너무 살살해서 감독님 지적을 받으니까 선배가 먼저 더 세게 잡으라고 해주고, 어떻게 해도 잘 받아주고 배려해주셨어요. 그래서 긴장도 풀리고 감정이입을 하기가 더 쉬웠죠."
정인선은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1996년 시작했으니 벌써 20년차 배우. 오빠의 연기학원을 따라 다니면서 재미를 들인 게 시작이다. 필모그래피 중 빼놓을 수 없는 작품 '매직키드 마수리'도 있다. 정인선이 재조명될 때마다 '마수리' 역시 빠지지 않고 따라오는 꼬리표다. 그러나 정인선은 꼬리표가 아닌 자극제로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아직도 어린 아이로 본다는 생각, 꼬리표를 없애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감사해요.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더 노력하고 제 자신을 경계하다보니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죠. 저를 보며 매번 '마수리'를 떠올리셔도 그것도 제 일부니까요. 벽이나 낙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자신을 뛰어넘을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어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던 정인선은 중고등학교 시절 연기를 잠깐 쉬었던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연기가 천직이라고 말하고 다녔기에 쉬는 동안에도 연기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대신 연기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자양분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기를 대하는 제 마인드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했죠. 방학 때 집밖을 안 나가고 밥도 식판에 담아와 작품만 보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하나씩 제 안의 상자를 채워나갔고,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잘한다고 칭찬까지 받을 수 있는 건 정말 큰 복이에요."
정인선은 '변화'에 대한 욕심이 많다. 영화 '차이나타운'의 김고은처럼 극중 성장하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겉은 세지만 속은 여린 반전 있는 역할에 더 끌린다. 캐릭터마다 다른 사람처럼 소화해내는 샤를리즈 테론, 김혜수가 롤모델이다. 정인선 스스로도 자신이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도전을 즐기는 정인선이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지게 변할 지 기대된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매순간 진심이어야 해서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서 더 도전하는 거고 재밌죠.(웃음) 이슈가 되면 갑자기 SNS를 안 한다던가 숨어버리는 습성이 있었는데 고쳐나가고 있어요. 앞으로 여러 작품을 해나가고 계속 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대중에게 저를 알릴 거예요."
"예능, 겁나지만 기회가 있으면 해야죠" 정인선은 최근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대국민 오디션에서 투표 1위를 차지하며 최종 3인에 오른 바 있다. 배우 주원이 주연을 맡고 오디션 심사에 직접 참여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으나 아쉽게 탈락했다. 정인선은 "값진 경험"이라며 웃었다. "'마녀보감' 덕인지 많은 분들이 표를 주셨어요. 제가 1위를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기에 정말 놀라웠죠. 탈락했지만 최종 3인에 오른 것도 감사했고요. 정말 값진 경험이었어요." 당시 정인선은 노래방 V앱을 통해 드라마 '또 오해영'의 OST인 벤의 '꿈처럼'을 열창하는가 하면, 트와이스 '치어 업(CHEER UP)', 일명 '샤샤샤' 댄스까지 선보인 바 있다. "방송 들어가기 전에는 긴장이 너무 심했어요. 끝나고 집에 가 바로 쓰러졌죠. 그래도 사람들과 바로바로 만나는게 신나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V앱할 때도, 친구들이나 선후배들도 '복면가왕' 나가라는 말 많이 했어요. 교수님은 제가 보이는 이미지와 성격이 달라 작품보다 예능에 먼저 나가라고 할 정도였죠.(웃음) 사실 나가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은 '정글의 법칙'이에요. 제가 예전부터 체험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24시간 카메라가 붙어있을 거라 생각하니 걱정이네요.(웃음) 그래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어요." |
[뉴스핌 Newspim] 글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