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금리인하 '불발' 내달 부양책 가능성 제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7년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이 14일(현지시각) 가진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내달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이날 행보는 명백한 ‘서프라이즈’에 해당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크게 놀라지 않는 기색을 보였다. 파운드화가 급등했을 뿐 유럽 주식시장은 오히려 강하게 상승, BOE의 결정에 따른 충격은 엿보이지 않았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사진=블룸버그> |
투자은행(IB)과 주요 외신의 반응은 엇갈린다. 내달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 탄력을 과시한 가운데 BOE 정책자들이 신중한 전략적 행보를 취했다는 해석과 함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장단기 파장을 중앙은행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됐다.
회의 성명서에서는 후자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BOE는 정책 위원들이 다양한 통화완화 정책 수단을 논의했다고 밝혔을 뿐 보다 구체적인 대응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논의 결과 특정 방안으로 의견이 수렴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수의 정책 수단을 한꺼번에 동원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이 경우 금융시스템에 일으킬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가들은 BOE가 불과 3주 전 결정된 EU 탈퇴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지 버클리 도이체방크 영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실물경기가 앞으로 하강할 것이라는 것 이외에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는 보다 정확한 판단의 근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wC는 이날 회의 결과 발표 후 보고서를 통해 “정치권의 드라마는 급속한 속도로 전개되고 있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안정적이고 신중한 정책 결정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BOE는 내달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PwC는 브렉시트에 따른 실물경기 충격이 오는 가을까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 때까지 정책자들이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칼럼을 통해 이날 BOE의 회의 결과는 EU 탈퇴가 영국 경제에 가져올 중장기 변화와 파장을 정책자들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렉산드라 러셀 오리버 칵스톤FX 애널리스트는 “BOE는 마이너스 금리 시행을 주저한다”며 “기준금리 동결을 통해 정책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것보다 앞으로 더 커다란 통화정책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파운드와 주식시장은 동반 랠리했다. 금리인하가 예기치 않게 불발되자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대해 한 때 2% 가량 급등, 파운드/달러 환율이 1.3473달러까지 치솟았다.
영국 주식시장이 완만하게 하락했을 뿐 그 밖에 유럽 주요 증시 역시 일제히 1% 선에서 강한 모멘텀을 보였다.
영국 FTSE100 지수가 0.24% 하락한 6654.47에 마감했고, 독일과 프랑스 증시가 각각 1.4%와 1.2% 상승했다. 스톡스 유럽 600 지수도 0.8% 올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