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관측소가 몇개냐" 엉뚱한 질문…"공론화 다시해야" 억지 주장도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지난 5일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사전에 알았나요?"
13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나온 이채익 의원(새누리당)의 질문이다. 이처럼 황당하고 어이없는 질문은 한순간의 실수나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해 보인다.
20대 국회의 상임위원회를 배정함에 있어 전문성을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위기다.
◆ 전문성 떨어지는 국회, 무능한 질문 남발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 <사진=뉴시스> |
뜻밖의 질문에 당황한 주형환 장관도 "죄송하지만 질문의 취지가 뭔가요?"라고 되물었다.
이채익 의원이 재차 똑같은 질문을 하자 주 장관은 "(지진을 사전에 예측하는)그런 역량은 저희에게 없고, 지진이 발생하면 매뉴얼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연한 반응이다. 인류가 지진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지진을 사전에 알 수 있겠는가.
이채익 의원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자각한 듯 했지만, 엉뚱한 질문은 또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지진관측소가 몇 곳이나 있죠?"
주 장관은 "지진관측소가 몇 곳인지는 정확히 모른다"며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답변하도록 했다.
이어 조석 한수원 사장은 "동해안에 지진관측소가 15곳 있고, 원전 내에도 지진의 강도를 측정하는 기기가 있다"면서 "지진 강도에 따라 대응매뉴얼이 있고 그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채익 의원이 자신의 질문 영상을 다시 보게 된다면 아마 본인도 낯 뜨거울 것이다. 바쁜 일정에 많은 분량의 정부 보고서를 숙지하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예리한 질문을 하기란 사실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중계되는 국회 상임위에서 황당하고 수준 낮은 질문에 정부 공무원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을(乙)의 입장에서 화를 낼 수도 없고 뒤돌아서 웃을 뿐이다.
◆ 혼내기식 엉뚱한 질문 여전…국회 전문성 제고돼야
답변을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떠벌리는 행태도 여전하다. 이날도 나름대로 정책적인 배경과 이유가 있는 사안에 대해 호통만 치는 의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가 삼성SDI의 배터리 수입을 보류한 것도 중국의 경제보복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재탕 질문이 여전했다.
주 장관은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수입규제는 사드 발표 이전에 해당 전기차 제조업체가 중국 정부의 강화된 규제를 맞추지 못해서 비롯된 것"이라며 중국측의 '경제보복'과 무관함을 거듭 강조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뉴스핌DB> |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15명의 위원 중 시작부터 4명이 불참했고 또 2명이 중도에 사퇴했다"면서 "공론화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론화위 출범 초기 4명이 불참한 것은 환경단체 측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스스로 참여를 거부한 것이며, 추후 2명이 자진사퇴한 것도 공론화 작업과는 무관한 이유였다.
환경단체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참여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인식이다.
주 장관은 "(공론화 과정에)일부 미흡한 점이 있지만, 2년 간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향후 법률 제정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