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터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장주연 기자] 올여름 극장가를 사로잡을 또 하나의 작품 ‘터널’이 베일을 벗었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는 영화 ‘터널’(제작 어나더썬데이·하이스토리·비에이 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김성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가 자리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터널’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터널 밖에서 사람들이 그를 구조하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재난을 소재로 구조를 둘러싼 각계각층의 생생한 반응을 담아낸다.
메가폰을 ‘끝까지 간다’(2013)로 34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김성훈 감독이 잡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는 신작 ‘터널’에 대해 “느닷없는 재난에 빠진 한 남자의 생존기와 그를 기다리는 아내 그를 구하려는 사람, 이 세 사람이 서 있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이끄는 타이틀롤 세 자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가 꿰찼다. 먼저 하정우는 재난에 빠진 남자 정수 역을 맡았다. 이어 배두나는 그를 기다리는 아내 세현을, 오달수는 정수를 구하려고 애쓰는 구조대장 대경을 연기했다.
이들 세 배우가 ‘터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다름 아닌 시나리오였다. 특히 배두나는 “우리가 당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소재이고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이 전형적이지 않았다. 터널 안에서 정수가 살아남는 이야기와 밖에서 그를 구조하는 배경이 흥미로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감독 김성훈이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터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탄탄한 시나리오는 ‘리얼함’을 만나 완성도 있는 영상으로 탄생했다. 먼저 김성훈 감독은 실제 터널 촬영을 감행했다. 김성훈 감독은 “터널 헌팅이 쉽지 않았다. 심지어 고사 지내는 날 픽스했던 터널이 취소돼서 크랭크인을 2~3주 미루기도 했다. 그러다가 예전에 지나쳤던 폐터널에 아스팔트를 깔아서 복원, 촬영했다. 한국 영화 스태프 특유의 열정과 집중도가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감독은 또 터널이 무너지는 장면 역시 CG가 아닌 실제 상황으로 만들었다. 그는 “이야기의 기초가 무너진 터널이다. 그 과정이나 행위가 가짜 같아 보이면 이후 모든 게 진실성이 떨어질 거로 생각했다”며 “아직 물리력, 중력이 CG만으로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안전한 상황에서 실제로 떨어뜨리고 무너뜨리고 먼지를 일으켰다. 그 후에 부족한 부분을 CG로 했다”고 밝혔다.
감독 못지 않게 배우들 역시 연기를 펼침에 있어 리얼리티를 추구했다. 일례로 통화하는 장면에서는 직접 상대방과 전화 연결을 했다. 하정우는 “촬영이 없을 때도 언제나 똑같이 촬영하는 마음으로 했다. 현장에서는 상대의 목소리 하나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서 120% 집중해서 연기해야 했다. 그래야 상대가 도움되니까 신경이 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배우들은 촬영 중인 상대 배우가 전화를 걸면 장소 불문, 시간 불문 전화를 받았다. 특히 베를린에서 드라마 ‘센스8’을 촬영 중이었던 배두나는 국제 전화도 불사했다. 배두나는 “촬영 초반이었는데 시차가 있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드라이버가 깜짝 놀랐다. 전화해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니까”라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배두나는 또 리얼 연기를 위해 노메이크업도 감행했다. 그는 “피곤한 모습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물론 분장으로도 가능하지만, 세현이 대사가 많거나 스토리를 리드하는 역할이 아니라 얼굴 느낌이 중요했다. 그래서 다크서클을 만들려고 했고 촬영장에 들어가서 미리 울기도 했다”면서도 “분장팀에서 그걸 이해해줘서 감사했다”고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배우 하정우가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터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물론 리얼한 환경은 수많은 고충을 낳기도 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고생한 이는 단연 하정우. 그는 “공기가 너무 안좋았다. 두 달 동안 세트에서 터널을 만들어 놓고 차 안에서 주로 연기했는데 먼지, 흙과의 싸움이었다. 그래도 제작진에서 많이 배려해줘서 먼지를 콩가루, 숯가루로 바꿔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하정우는 “모든 스태프가 분진 마스크를 끼고 있었는데 저 혼자 흡입하고 연기했다. 그 분노, 그 감정을 조절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촬영 중 고통과 어려움은 배우들 간 호흡과 에너지로 극복했다. 먼저 하정우는 ‘암살’(2015) 이후 또 한 번 오달수가 큰 힘이 됐다. 하정우는 “환생해서 만났다고 생각한다. 무한한 신뢰와 믿음이 갔다. 오달수 형과 연기하면 목소리만 들어도 이 캐릭터에 몰입할 힘을 받게 된다”고 애정을 드러냈고 오달수는 “이번엔 계속 따로 촬영하니까 보고 싶었다”고 화답했다.
배두나는 하정우 덕에 웃는 시간이 많았다. 그는 “(하정우는) 존재 자체가 충격적이다. 이렇게 웃긴 사람은 처음 봤다.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뭐지?’ 싶었다. 웃기고 정말 기발하고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감탄했다. 이에 하정우는 “사실 처음에 어색해서 성공률이 높은 아재 개그를 많이 했는데 좋아하더라. 그 리액션이 날 키웠다”고 받아쳐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탄탄한 시나리오,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과 배우, 그리고 그들의 노력이 더해졌으니 흥행에 대한 기대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하정우는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꽤 괜찮지 않을까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여름 ‘암살’ ‘베테랑’ 두 편의 천만 영화를 탄생시킨 ‘천만 요정’ 오달수 역시 “좋은 영화들이 많아서 관객들이 극장으로 많이 올 거니까 우리 영화도 잘 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성훈 감독은 “우린 만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보다 현실밀착 재난을 다뤘다. 그리고 거기 유머까지 들어간 영화다. 지금 하는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남은 작업 최선을 다해서 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터널’은 오는 8월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