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서바이벌 'd.o.b' '펜타곤 메이커' '소년24'가 부진한 성적으로 굴욕을 맛보고 있다. <사진=CJ E&M> |
[뉴스핌=이지은 기자] 걸그룹 서바이벌과 달리 보이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소속사들이 회사 간판을 걸고 승부를 걸었지만, 흥행이라고 할 것도 없이 줄줄이 참패를 맛보고 있다. 과연 원인이 뭘까.
◆FNC엔터테인먼트 ‘d.o.b’
‘d.o.b’는 ‘댄스 오어 밴드(Dance Or Band)’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댄스팀과 밴드팀의 대결을 통해 데뷔 팀을 결정짓는 프로그램이다. 원래 FNC엔터테인먼트는 밴드로 시작해 댄스팀으로 소속사를 키워온 만큼, 첫 방송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또 연습생 유닛끼리의 경쟁이지만, 각 팀별 구성원 숫자뿐 아니라 정 반대인 댄스와 밴드가 대결을 펼치는 구도라 대중의 관심도 뜨거웠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은 첫 방송이 시작되면서 산산히 부서졌다. ‘d.o.b’는 지금의 위너를 탄생시킨 YG엔터테인먼트의 ‘윈:후 이즈 넥스트(WIN:Who Is Next)’와 너무 닮았다는 지적에 뭇매를 맞았다.
‘d.o.b’는 아예 장르 정체성 자체가 다른 그룹끼리 경쟁을 유도했기에, ‘윈:후 이즈 넥스트’와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FNC가 준비했던 ‘d.o.b’도 데뷔 선순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포맷이었던 만큼, YG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비교가 되면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흥행성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소리 소문 없이 종영하는 굴욕을 맛봤다.
◆큐브엔터테인먼트 ‘펜타곤 메이커’
오직 온라인 조회수와 선호도 점수로 큐브엔터의 대형 신인이 결정되는 프로그램 ‘펜타곤 메이커’는 Mnet 흥행작 ‘프로듀스101’과 닮았다. ‘프로듀스 101’은 국민을 프로듀서로 삼아, 국민이 뽑은 멤버들을 최종 데뷔 팀에 넣는 경쟁구도를 채택했다.
댄스 그룹이 최종 데뷔 팀으로 뽑힌 'd.o.b'와 가장 먼저 펜타곤 데뷔 멤버로 뽑힌 키노와 홍석(위부터)<사진=Mnet 'd.o.b'·'소년 24' 캡처> |
비슷한 포맷으로 흘러가긴 하지만, 소속사에서 느끼는 ‘펜타곤 메이커’의 의미는 남다르다. 비투비 이후 약 4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그룹인 만큼, 신중함을 기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먼저 대중의 선택으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모험을 택했다. 이와 관련, 홍승성 회장은 “지금 제 지갑에 100억 원이 있다면 그 돈을 다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그룹이 펜타곤”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대중이 바라보는 펜타곤 메이커에 대한 시각은 소속사와 정반대였다. 서바이벌 내용보다는 “연습생들이 찍는 셀프 영상이 더 재미있다” “몬스타 엑스(스타쉽 엔터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데뷔한 보이그룹)꼴이 날 것 같다” 등 뼈아픈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펜타곤 메이커’도 종영까지 단 2~3주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반응으로 보자면, ‘d.o.b’와 마찬가지로 데뷔가 확정된 연습생들도 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질 위기에 처했다. 7월 예정된 데뷔 콘서트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남은 방송 기간 동안 큐브가 대중을 사로잡을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초대형 K-POP 프로젝트 ‘소년24’
‘소년24’는 CJ E&M 음악부문이 3년 동안 약 250억 원을 투자하고 그룹 신화의 신혜성, 이민우가 소속된 라이브웍스 컴퍼니가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초대형 K-POP 프로젝트다. 일각에서는 ‘제 2의 신화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보이그룹 서바이벌이 참패를 맛봤기에 대중의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매회 유닛으로 대결을 펼쳤던 ‘프로듀스 101’과 똑같은 포맷으로 경쟁이 펼쳐지는 만큼 지루함을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프로듀스101'의 남자버전으로 불리는 '소년24' <사진=CJ E&M> |
더구나 이번에 터진 논란(?)은 실망이 아닌 충격으로 다가왔다. 바로 49명의 소년 연습생들의 프로필 사진과 실물이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소년24’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이런 내용이 따라붙을 정도다. 또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에 이 소식이 퍼지면서 서바이벌이 아닌 다른 쪽에서 화제가 일었다.
보이그룹 서바이벌은 왜 연이어 참패할까. 예전부터 진행해온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포맷과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프로듀스101’은 멤버 11명을 뽑는 데 국민프로듀서를 내세우면서 확실한 차별점을 뒀다. 이는 곧 흥행으로 이어져 방송이 끝난 후에도 매번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와 달리, 지금까지 선을 보인 보이그룹 서바이벌은 두 팀을 두고 먼저 데뷔하는 팀을 고르거나, 다른 서바이벌 포맷을 가져와 교묘하게 바꾼 것에 그쳤다.
그럼에도 소속사들이 회사 이름을 걸고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데뷔 전 팬덤 형성의 목적이 크다. 방송 도중 흥행성은 떨어지더라도 대중에게 먼저 얼굴을 알리고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이런 점은 그룹홍보로까지 이어져, 데뷔할 때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다만 인기를 끈 서바이벌 포맷을 가져와 비슷하게 만드는 보이그룹 서바이벌이 대중을 정말 질리게 한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