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안에 '해외금융' 선구자 담고 있어..중복지원 우려
[뉴스핌=한기진 기자] ‘간사’, ‘개척자’….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23일 내놓은 쇄신안에는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시장 진출의 선도자가 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수출입은행은 해외금융시장 진출 총괄‘간사’를 자처했고, 산은은 ‘개척자’가 되기로 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계기로 두 국책은행은 DNA부터 바꾸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중후장대(重厚長大 조선, 해운, 철강 등 대규모 산업) 산업 위주로 지원했던 개발금융시대의 정책금융과 결별하기로 했다. 정책금융기관 두 곳이 해외시장에서 서로 경합을 벌어야 할 상황이 연출돼,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 추진방안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24일 산은에 따르면 글로벌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점유율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2.5%, 신디케이트론(금융회사간 분담한 대출) 0.8%에 그친다. 해외 부동산, SOC(사회간접자본), 원자력 등을 건설하는 PF 등에서 우리나라 건설, 조선사는 주목 받은 것과 달리, 우리 금융사의 존재감이 없다는 의미이다.
산은은 건설, 플랜트 등 해외PF 자금지원 목표를 올해 미화 17억달러로 책정, 작년 12억3000만달러보다 38% 늘렸다. 다양한 특별자금을 만들어 자금지원이 수월하게 했다. 국제금융기구(MDB/GCF/ECA) 참여 사업 지원을 위한 특별자금(U$10억달러), 비거주자 대상 선박, 항공기, 크로스 보더(Cross-border, 국경을 넘다드는) 금융 및 국내기업의 해외현지법인 지원 확대를 위한 국제여신 특별자금(미화 8억달러)등을 만들었다.
이대현 산은 이사는 “해외 프로젝트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이너서클(Inner-circle)에서 이뤄지는데, 국내에서는 산은이 유일하게 들어간다”면서 “산은이 해외 프로젝트에 먼저 들어가고 국내 금융사가 나중에 들어오면, 산은이 그 자리를 내어줄 것”이라고 했다.
수출입은행도 우리 기업이 SOC, 부동산개발, 원자력 등 해외사업을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사업발굴 초기 단계부터 금융자문을 지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수은이 우리 금융사들의 총괄 간사 역할을 전담해 체계적인 수주와 금융지원 체계를 만든다.
결국 두 국책은행이 해외사업 수주에 있어 같은 금융지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외사업이 중복되는 이유는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지원 강화 방안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산은은 대기업/중후장대 산업 지원을 축소해, 그 여력을 그동안 강점을 보인 해외PF에 쏟아 붓기로 하면서 생겼다.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도 산은과 같은 날 쇄신안을 발표했다. <사진=이형석 기자> |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동남아시아에서 PF를 일본이 다 가져가는 것은 금리가 워낙 낮아 조달비용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시장을 민간 금융사가 공략 못하니 산은과 수은이 서로 뚫어 주겠다고 경쟁하겠다는 건데, 조달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경쟁하면 오히려 해외사업 위험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산은 관계자는 “해외 프로젝트 발주자 입장에서 수은과 산은은 한국의 같은 국책은행으로 취급돼 동일한 신용도와 금리여서, 국책은행 참여비율이 있으면 두 곳 중 하나는 빠져야 한다”면서 “서로 조율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일부 보완협력 사업도 있다. 수출입은행이 단일 해외프로젝트 지원한도가 85%여서 나머지 15%는 산은이 지원할 수 있다. 또 수은 투자 금지 업종인 에너지 환경은 산은 담당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