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선거가 보름 앞인 어느 날,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연홍(손예진)의 딸이 실종된다. 연홍은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종찬은 선거에만 집중한다. 결국 연홍은 종찬을 비롯해 딸의 실종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이들에 분노하고 홀로 딸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리고 딸이 남긴 단서들 속에서 충격적 진실과 마주한다.
유력한 후보, 사라진 딸, 15일간의 미스터리. 영화 ‘비밀은 없다’의 홍보 문구다. 문구도 제목도 정치 스릴러극이라고 오해하기 딱 좋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이 영화를 만든 이는 박찬욱 감독의 제자이자 데뷔작 ‘미쓰 홍당무’(2008)로 충무로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이경미 감독. 영화는 감독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난 ‘이경미 표’ 복수극이다.
그간 본적 없는 이 복수극의 묘미는 ‘반전’에 있다. 한 곳에 힘이 실리면 다른 부분에서는 쉽게 풀릴 법도 한데 단 한 순간도 그렇지 않다. 이경미 감독은 이야기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비틀고 또 비틀었다. 스토리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기존의 스릴러나 복수극에서도 만날 수 없는 흐름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소 실험적인(?) 요소가 등장, 당황할 수도 있으나 헛웃음보다는 기분 좋은 미소 쪽의 ‘새로움’이 감돈다. 그러나 이는 곧 B급 정서가 묻어있단 뜻이니 호불호는 갈릴 수도 있겠다.
속도감도 나쁘지 않다. 연홍이 딸의 과거를 찾아가는 흐름이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반전에 속도감까지 더했으니 스릴러라는 장르의 역할엔 충실한 셈. 다만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르면서 속도감이 혼란스러움으로 바뀌어 영화의 구멍을 만든다. 수시로 전복되는 반전과 반전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하지 못한 탓이다. 원래가 친절한 이야기가 아닌데 연결고리가 엉성하니 보는 이에 따라서는 개연성 자체가 떨어진다고 저평가할 수 있다.
반면 사회·정치적 메시지의 부재는 단점으로 보기 어렵다. 애당초 정치 스릴러가 아니니 사회·정치적 메시지는 녹인 게 없다. 당연히 읽을 게 없어야 맞다. 여기서 아쉬움을 느꼈다는 건 장르를 잘못 파악하고 영화를 본 관객의 잘못이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장점을 꼽으라면 연홍 역을 소화한 손예진의 열연이다. 그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거치며 도전을 즐겨온 그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또 스크린 앞에 섰다는 점이 놀랍다. 손예진이란 배우에게서 그런 모습(정의하긴 쉽지 않지만, 이를테면 ‘미쓰 홍당무’ 속 공효진과 같은)을 발견해 끌어낸 이경미 감독도 놀랍지만, 이를 노련하게 표현한 손예진은 더 없이 매력적이다. 감각적인 이미지나 극중 ‘지니와 오기’가 만들어내는 사운드 또한 의심할 여지 없는 플러스 요인이다.
납득할 선에서 스포일러를 하나 해보자면, 이 영화의 초기 제목은 ‘불량소녀’였다. 그리고 시나리오 단계부터는 ‘행복이 가득한 집’으로 불렸다. 개봉을 앞두고 다시 제목을 ‘비밀은 없다’로 바꾼 이유는 지나치게 역설적이었기 때문이리라. 청소년 관람 불가. 23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