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라기'를 부른 정은지(왼쪽)과 '쏘쏘'로 좋은 반응을 얻은 백아연 <사진=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
어반자카파·백아연·정은지, 음원 흥행 이끈 '가사의 힘'…손글씨 가사부터 '리릭 프로모션' 뜨는 이유
[뉴스핌=양진영 기자] 어반자카파, 백아연, 정은지가 음원 차트에서 롱런하며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흥행 비결은 바로 시를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가사 또는 공감을 부르는 진솔한 가사. 음원 흥행과 롱런에 남다른 '가사의 힘'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몇 주간을 비롯,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집계된 멜론 주간 차트 상위 10곡 중 4곡이 가사로 유명세를 탄 곡일 정도로 최근 음원 차트에서 가사의 힘이 위력을 발휘 중이다. 주간 1위인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4위인 백아연의 '쏘쏘', 7위인 박경의 '자격지심', 8위를 차지한 정은지의 '하늘바라기'가 바로 가사로 흥행한 곡의 좋은 예다.
◆ 초여름 차트를 강타한 '롱런-흥행곡'…공통점은 바로 '웰메이드 가사'
새 앨범 발표와 동시에 음원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킨 어반자카파는 ‘널 사랑하지 않아’로 2주 째 주간 차트 1위에 올라있다. ‘널 사랑하지 않아’는 멤버들이 직접 쓴 솔직 담백한 이별가사로 인기를 끌었다. 어반자카파는 쇼케이스 무대에서 “가사를 중점적으로 들으면 노래가 더욱 와닿을 거다. 현실적인 가사에 공감하게 될 것”이라며 심플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가사의 힘을 언급했다.
백아연은 ‘이럴거면 그러지말지’에 이어 또 다른 ‘공감송’인 ‘쏘쏘’를 주간 차트 4위에 올려 놓으면서 '역주행' 강자에서 '음원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와 올해 발표한 곡에서 백아연이 경험담을 담아 직접 작사한 현실적이고 공감도 높은 연애 가사는 청아하고 담백한 목소리와 어우러지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백아연은 MBC FM4U ‘테이의 꿈꾸는 라디오에 출연해 “공감되지 않는 가사는 쓰지 않는다. 이해가 되는 가사만 쓴다”며 작사를 하는 데 있어 소신을 드러냈다.
'널 사랑하지 않아'로 음원 차트 정상을 지키고 있는 어반자카파 <사진=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
또 하나의 ‘공감송’ 박경의 ‘자격지심’도 주간 차트 5위에 오르며, 가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쏘쏘’가 여자의 마음을 대변한 곡이었다면, ‘자격지심’은 연애 중인 남자의 솔직한 감정을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고 있다. 박경은 ‘자격지심’ 발표를 앞두고 티저로 가사 이미지를 먼저 공개하며 호기심과 기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의 솔로 데뷔곡 ‘하늘바라기’는 8주간 차트 최상위권에 머무른 데 이어 8위를 기록 중이다. 정은지가 쇼케이스 무대에서 “아버지 생신선물로 쓴 가사”라고 밝힌, ‘하늘바라기’의 가사는 시를 연상시키는 서정성과 순 우리말로 썼다는 차별점으로 발표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하늘바라기’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며 차트 롱런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 '공감 가사' 포인트 맞춘 리릭 프로모션 활발…손글씨 가사·리릭 시네마·프로듀서도 등장
최근 소녀시대에서 솔로 가수로 홀로서기에 나선 제시카, 여자친구 유주와 업텐션 멤버 선율은 신곡 공개 전 직접 손글씨로 쓴 가사를 공개했다. 아이돌이나 싱어송라이터는 물론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가수들이 신곡 발매에 앞서 SNS나 이미지 가사 티저 등을 활용하고 있다.
앞서 조권, 로이킴이 먼저 선보였던 이 방법은 최근 타블로와 윤하가 부른 '허세', 박윤하와 유승우의 '여름밤 피크닉' 등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었다. 이 방법은 손글씨로 대중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효과와 신곡에 주목도를 확실히 올린다는 데서 효과가 상당하다.
유승우X박윤하가 공개한 '여름밤 피크닉' 손글씨 티저 <사진=젤리박스> |
가사로 음원 흥행을 이끈 주인공 정은지를 비롯해 러블리즈, 곽진언은 ‘리릭시네마(LYRICINEMA)’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가사의 공감도를 높일 수 있는 특화 콘텐츠를 제작한 사례다. ‘리릭시네마’에서는 몽환적인 이미지를 일부분만 영상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 ‘시네마그래프(Cinemagraph)’로 표현해 자막으로 나오는 가사의 집중도를 높인다.
정은지의 ‘하늘바라기’ 리릭시네마에서는 추억 속 사진을 연상시키는 친근한 이미지와 부산 출신 정은지의 잔잔한 사투리 내레이션이 사부곡 ‘하늘바라기’의 포근한 가사와 어우러졌다. 러블리즈는 ‘Destiny(나의 지구)’의 가사 속 이야기를 전달하며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연출 이미지와 애잔한 내레이션으로 가사 속 의미를 보다 직접적이고 쉽게 표현해 공감을 유도했다. 싱어송라이터 곽진언 역시 데뷔 타이틀곡 ‘나랑 갈래’를 통해 정식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리릭시네마에서는 가사를 읽어나가는 잔잔한 목소리와 연인을 연상시키는 애틋한 장면들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은지, 러블리즈, 곽진언의 리릭시네마 영상 캡처 <사진=로엔엔터테인먼트> |
리릭 시네마를 비롯한 활발한 리릭 활용 프로모션을 두고 로엔 뉴미디어마케팅 그룹 김미연 그룹장은 “음악 성공을 위한 마케팅으로 SNS와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글로 표현이 가능한 가사는 SNS 공유 및 확산이 용이한 콘텐츠”라며 “앞으로도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고 기억에 남기기 위한 독창적인 콘텐츠 제작 등의 시도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사례는 바로 리릭 프로듀서의 등장이다. 지난해 앨범 기획 단계에서부터 가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자 미스틱에서 시도했던 가인의 '하와(Hawwah)'가 있었다. 당시 가인은 리릭 프로듀서를 맡은 작사가 김이나와 함께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유기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스틱으로서도, 가인과 김이나에게도 색다른 시도였음은 물론 가장 적극적인 리릭 프로모션의 한 형태로 주목받았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측은 당시의 파격적인 기획에 대해 "다양한 장르의 곡을 앨범에 넣다보면 일관성을 갖기 힘들다. '하와'에서는 리릭 프로듀서를 통해 가사에 일관성을 줬고, 음악에 하나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었다"면서 "리스너들이 '하와'라는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고 아티스트 존재감과 앨범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다"라고 당시 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미스틱은 "앨범 단위 작업 자체 뿐만 아니라 일관성을 띠게 하는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다. '노랫말'은 미스틱 소속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들이 항상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라면서 "어떤 앨범 형태가 됐든 우리의 음악에선 가사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리릭 프로모션의 다양한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