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100엔 붕괴 시 협조 개입 요청 가능"
[서울=김사헌 기자/시드니=권지언 특파원] 일본 엔화가 달러화 대비로 103엔대까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동결 결정으로 달러/엔이 103엔 붕괴 직전까지 가자 당국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 도쿄시장 "달러/엔 100엔 뚫고 내려간다"
도쿄 시장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달러/엔 환율이 100엔을 뚫고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7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이 같은 금융시장의 전망을 소개했다.
달러/엔 환율 1년 추이 (엔화 가치와 반대) <출처=블룸버그> |
먼저 미즈호은행의 가라가마 다이스케 외환전략가는 "브렉시트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후퇴한 이상 106엔까지가 엔 약세의 한계인 반면, 브렉시트 현실화로 시장 혼란이 발생할 경우 100엔이 무너지고 98엔까지 엔화 강세가 전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또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우에노 츠요시 연구원도 "달러/엔은 하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100엔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HSBC의 시로타 슈지 경제전략부장은 이와는 달리 "7월에 BOJ의 추가 완화정책이 나오면서 달러/엔이 108엔까지는 반등할 수 있으며, 반대로 엔화 강세가 전개되더라도 100엔이라는 강한 심리적 지지선은 유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오카산온라인증권의 다케 리키야 전략가의 경우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국이 100엔 환율은 저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외환시장 개입을 예상했다.
앞서 HSBS의 슈지 부장 역시 "파운드화 약세와 엔고에 대응한 주요국 협조 개입 경험이 있는 만큼, 이례적인 위기 발생 시 대응책으로 협조 개입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출했다. 바클레이즈증권은 엔화 강세 억제를 위해 BOJ가 7월에는 추가 완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닛케이225 평균주가지수 전망와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올해 연중 저점인 1만4952엔 선이 무너지면서 1만4000~1만4500엔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시됐다.
노무라자산운용의 사카키 시게키 운용조사부장은 브렉시트가 찬성되면 닛케이지수가 1만4500엔까지 하락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지수가 1만7000선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MBC닛꼬증권은 브렉시트 발생 시 닛케이지수가 1만4000엔, 그 반대의 경우 1만6500엔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봤다.
◆ 일본 정부·중앙은행, 작심한 듯 '구두개입'
여느 때라면 기자회견에서 환율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엔화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으며, 17일에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소다로 일본 재무상 <사진=블룸버그통신> |
아소 재무상은 “긴장감을 갖고 엔화 움직임을 모니터하고 있다”며 “급격한 환율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필요하다면 주요7개국(G7) 및 주요20개국(G20)과의 합의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일본 재무성과 BOJ, 금융서비스청(FSA) 고위 관계자들은 정례 회의에서 금융시장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카와 마사츠구 재무성 실무책임자는 관계자들이 엔화 변동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 했다고 밝혔는데 회동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로 이어질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개입 가능성과 시점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블룸버그통신> |
엔화 폭등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미국 등 해외 눈치를 봐야 하는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G7 및 G20 정상회담에서 관련국들은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피하고 서프라이즈를 막기 위해 국가 간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한 상태다.
무엇보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엔화 강세에도 외환시장이 무질서 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시장 안정을 위한 개입 조건을 높게 설정해 둔 상황이라 일본이 개입 당위성을 찾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잭 루 장관의 이러한 발언 당시 달러/엔 환율은 110엔 수준이었다.
BNP파리바 외환대표 미르자 바이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개입은 어려울 것”이라며 “일방적 시장 개입에 G20이 반대 의사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과거 BOJ가 단독으로 시장 개입을 했을 때도 장기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23일 영국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면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늘어나 달러/엔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에버스코어 ISI 부회장 크리시나 구하는 “브렉시트 결과가 나와 엔화가 급등하는 시나리오에서는 BOJ가 (정례 회의를 통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신속하게 통화 부양책을 쓸 수 있고 환시 개입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엔대 부근에서 ‘무질서한(disorderly) 시장 여건’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엔 매도가 촉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시간 기준 17일 오후 3시11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04.32엔으로 전날보다 0.08% 오른 상태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