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위원장, 조찬간담회서 추가지원 우회 압박
한진, 주력 계열사 부담 가중으로 추가 지원 부정적
[뉴스핌=송주오 기자] 한진그룹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다.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추가적으로 6000억원 가량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압박 행렬에 가세하면서 한진그룹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한진그룹은 1조원 이상의 자금 투입으로 주력 계열사들의 재무 상태가 악화된 만큼 추가지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임 위원장은 16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채권단과 추가 지원에 대해 잘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추가지원을 요구하는 정부의 입장을 나타냄과 동시에 우회적으로 한진그룹을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CI.<사진=한진그룹> |
앞서 지난 8일 정부는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추가지원을 요구했다. 현정은 회장의 사재출연과 현대증권 매각 등 자구노력을 펼친 현대상선을 예로 들며 강력한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진행한 강연에서도 기업들의 자구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고통을 분담할 것인가, 손실을 감내할 것이냐 이다"며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금융 지원이나 제도적 지원에도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기업들이 자발적 분담에 나서도록 해야 하며 이는 결국 기업의 의지"라며 "이런 의지만 있다면 정부와 채권단은 어떻게든 기업을 살리려고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채권단도 같은 태도다. 정부 발표 이후 한진그룹에서 4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제시했으나 채권단은 이를 거절했다. 부족한 유동성은 자체 자구안으로 해결해야 하며, 채권단 차원의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원칙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올 연말까지 부족한 자금은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한진해운 정상화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계열사들의 재무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930%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저유가 지속과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전년동기대비 70% 증가한 323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1749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한진해운 지분가치 평가손실, 영구채권 평가손실에 따른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한진해운 추가 지원을 어렵게 하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부당 내부거래와 기업 지배구조의 불법 자금 유용 등을 밝혀야 한다"며 특별 세무조사 청원에 나섰다. 대한항공이 추가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주사인 한진칼의 재무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60%에서 올해 1분기 73%로 증가했다. 지난 2월 한진해운 상표권을 11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단기차입금이 증가한 영향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해운 지원 방안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지원 여력이 없는 현재 상태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이 이뤄질 경우 대한항공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