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공포감을 보장하는 '컨저링2' 중에서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
[뉴스핌=김세혁 기자] 푹푹 찌는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공포영화 시즌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대목을 노린 공포영화들이 앞다퉈 관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스토리도 엉성하고 구성도 형편없는 저질 공포영화는 오히려 짜증만 유발할 수 있다. 영화역사와 함께 성장해온 호러무비의 계보를 알아보고, 시원한 제철 수박처럼 속이 꽉 찬 공포영화 추천작을 소개한다.
◆공포영화(Horror Movie)의 정의
여름 무더위를 피해 서늘한 바람을 쐰다는 의미로 ‘납량영화’라고도 한다. 작품 속 이야기나 등장인물, 음악 등 영화적 장치들을 동원해 관객에게 공포감을 주는 뚜렷한 목표를 갖는다. 공포영화는 주로 여름에 맞춰 개봉하는 특성이 있다. 공포감을 주는 주체는 연쇄살인마나 사이코 등 사람보다는 악령이나 악마 등 영적존재가 압도적으로 많다.
◆영화사상 최초의 호러무비는?
최초의 공포영화 ‘악마의 저택(Le Manoir du Diable)’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
프랑스가 배출한 세계적인 프로덕션 디자이너이 조르주 멜리에스가 연출한 3분이 조금 넘는 단편 ‘악마의 저택(Le Manoir du Diable)’(1896)이 최초의 공포영화다. 조르주 멜리에스는 이 작품에서 감독과 주연배우까지 겸했다.
미국에서는 ‘The Haunted Castle’, 영국에서는 ‘The Devil's Castle’로 소개된 이 작품은 무성 흑백영화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최초의 영화이기도 하다. 참고로 한국 최초의 공포영화로는 무성영화인 '장화홍련'(1924)이 손꼽힌다.
◆알고 보면 공포 2배...호러무비의 장르
종교 사실 호러무비 대부분이 종교와 연관이 있다. ‘오멘’ 시리즈는 성서의 묵시록에 기반하며 굳이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불교 등과 관련된 공포영화도 적지 않다. 종교가 호러무비와 무관하지 않은 것은, 귀신이나 악령을 종교적으로 퇴치할 수 있다고 여기는 신앙에서 비롯됐다. 앞서 언급한 ‘오멘’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엑소시즘 퇴마의식(혹은 구마의식)은 예전부터 공포영화 제작자들이 주목한 소재다. 세계 호러 마니아들을 커다란 충격에 빠뜨린 ‘엑소시스트’(1973)는 퇴마과정을 생생하게 담아 크게 히트했다.
엑소시즘이 등장하는 영화는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 속 심령술사 워렌 부부처럼 실존인물을 등장시켜 현실감을 더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검은 사제들’(2015)이 가톨릭의 구마의식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의 경우, 우리 전통 무속과 일본(사실 정체모를)의 그것이 결합한 독특한 귀신쫓기, 즉 동양식 엑소시즘이 등장해 흥미를 더했다.
배우 크리스토퍼 리가 출연했던 영화 '드라큘라-어둠의 왕자'(1966) <사진=영화 '드라큘라-어둠의 왕자' 스틸> |
뱀파이어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드라큘라’(1931)가 원조 격이지만 널리 알려진 작품은 명배우 크리스토퍼 리의 얼굴이 떠오르는 ‘드라큘라-어둠의 왕자’(1966)다. 사람의 피를 빨고 낮에는 커다란 관에서 잠을 자며, 십자가와 마늘을 지독히 싫어하는 뚜렷한 특징이 마니아를 양산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드라큘라의 모티브는 루마니아 왈라키아 공국의 블라드 드라쿨이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호러무비는 꾸준히 제작될 정도로 인기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뱀파이어 영화는 그 주인공을 드라큘라에 국한하지 않고 발전해 왔다.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액션을 더한 ‘블레이드’ 시리즈 등 파생작도 많다.
오컬트(Occult) 초자연적 현상, 즉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 귀신이나 유령뿐 아니라 인류를 위협하는 미지의 존재, 일테면 외계인이나 UFO, 괴물(네스의 괴물 혹은 예티 등)이 모두 오컬트 장르에 포함된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호러보다는 오컬트 요소가 매우 짙다.
슬래셔 악령이나 영혼보다는 인간(혹은 괴물) 살인마가 등장한다. 호러무비인 동시에 스릴러 혹은 서스펜스 성격이 강하다. 말 그대로 사람들을 도륙하는 장면이 많아 극도로 불편해하는 관객이 많다. ‘스크림’ 시리즈나 ‘나이트매어’ ‘13일의 금요일’ ‘할로윈’ 등이 이 장르에 속한다. 사전적 의미와 살짝 벗어나지만, 악령이 지목한 등장인물이 피 칠갑을 한 채 차례로 죽임을 당하는 ‘데스티네이션’ 시리즈 역시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이쪽이 되겠다.
쉬커(서극) 감독의 대표적인 판타지호러 '천녀유혼' 중에서 <사진=영화 '천녀유혼' 스틸> |
판타지호러 호러보다 판타지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다. 왕쭈셴(왕조현) 신드롬을 몰고왔던 ‘천녀유혼’(1987)이 대표작이다. ‘화피’(2008) 등 중국 설화를 차용한 중화권 영화가 많다. ‘구미호’ 역시 한중일 설화 속 구미호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판타지호러다.
반전호러 M.나이트 샤말란의 걸작 ‘식스센스’(1999)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디 아더스’(2001)처럼 관객의 뒤통수를 노리는 작품들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섞인 결말이 큰 충격과 여운을 준다. 캐나다와 독일 등이 제작한 다국적 영화 ‘오펀:천사의 비밀’ 역시 반전 있는 공포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페이크다큐 호러 1999년 개봉한 영화 ‘블레어 윗치’처럼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공포영화들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판권을 사들였던 ‘파라노말 액티비티’(2010)는 페이크다큐 호러의 일대혁명을 일으켰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 현상(파라노말 액티비티)을 비디오카메라에 담는 독특한 형식은 공포가 얼마나 집요하고 빠르게 우리 현실로 침투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재팬호러 굳이 한 장르로 구분한 건 일본 공포영화 특유의 고집 때문이다. ‘링’과 ‘주온’으로 양분되는 일본호러는 대개 깊은 원한을 소재로 삼는다. 인과관계에 철저한 우리나라나 다른 공포영화와 달리 희생자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전개가 독특하다. 컴퓨터그래픽을 지양하며, 얼굴에 떡칠을 한 게 티가 나는데도 무서운 게 특징이다. ‘링’의 주인공 사다코는 공포영화 속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급추천 전설의 공포영화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영화 '엑소시스트'(1973)의 한 장면 <사진=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
엑소시스트(1973) 귀신들린 소녀가 악마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목이 등쪽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영화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 중 가장 유명하며 전체 호러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오멘1, 2 성서에 나오는 악마의 숫자 ‘666’을 소재로 한 영화. 사탄의 자식 데미안이 공포를 책임진다. 고풍스러운 화면과 심장을 마구 자극하는 섬뜩한 배경음악이 객석을 압도한다. 2편까지 명성을 이어갔으나 3편부터 망작 대열에 들어섰다. 특히 2006년 등장한 존 무어 감독의 ‘오멘’은 졸작 그 자체다.
영화 '깊은 밤 갑자기'(위)와 '여곡성'의 한 장면 <사진=영화 '깊은 밤 갑자기' '여곡성' 스틸> |
깊은 밤 갑자기(1981) 한국 공포영화의 숨은 걸작이다. 에로티시즘을 바탕에 깐 서스펜스 성격이 강하다. 네이버 영화평점 9.08에 빛나는 ‘깊은 밤 갑자기’는 고영남 감독의 역작이다. 당대 최고의 슨타 윤일봉을 비롯해 김영애, 이기선, 한혜리가 출연했다. 치정을 다룬 이 영화는 에로티시즘과 스릴러, 서스펜스를 결합한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다. 미옥을 연기한 이기선의 미모(유역비를 닮았다고 한다)가 지금까지 회자된다. 포스터 때문에 에로영화로 오해를 받았다.
여곡성(1989) 올드팬들의 리메이크 요청이 여전한 ‘여곡성’은 분장 하나만으로 얼마나 큰 공포감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여곡성’은 원혼이 한 집안을 풍비박산내는 전형적 한국 공포영화의 플롯을 따른다. 혀가 뱀처럼 늘어나는 신과 지렁이를 국수로 착각하고 먹는 장면, 눈이 뒤집힌 시어머니 귀신이 며느리를 쫓는 장면은 지금 봐도 섬뜩하다.
컨저링2(2016)
현존하는 최강의 공포영화 연출자 제임스 완의 최신작이다. 2013년 가을 개봉해 흥행기록을 새로 썼던 ‘컨저링’의 후속작. 실존하는 심령술사 워렌 부부가 등장하며, 그들의 사건파일 중 가장 흉악했던 영국 엔필드 악령퇴치를 담았다. CG가 빚어낼 수 있는 최고의 섬뜩한 악령이 등장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