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위안 규모, 청산은행도 지정키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이 미국 자산운용사에 2500억위안(380억달러) 규모의 투자 쿼터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양국의 특정 은행을 하나씩 지정해 미국에서 이뤄지는 위안화 거래의 결제를 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 금융 거래를 확대한 것은 위안화의 국제 거래를 늘리는 한편 자본 유출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 |
7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베이징에서 가진 이틀간의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양국의 금융 거래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이강 중국인민은행(PBOC) 부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 380억달러 규모의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쿼터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 위안화 표시 주식과 채권, 그 밖에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 RQFII 쿼터를 부여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번에 미국에 제공된 쿼터 규모는 홍콩에 승인된 2700억위안을 제외하고 PBOC가 승인한 쿼터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강 부행장은 “미국이 매우 중요한 금융시장”이라며 “위안화 거래가 점차 투명해지는 한편 시장 중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RQFII와 결제 은행 지정 등에 대해 구체적인 시행 일정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측도 이번 결정을 반기는 표정이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쿼터 지정이 미국 금융업계와 기업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 투자자들의 중국 역내 자본시장 접근을 한층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RQFII가 승인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선진국 가운데 하나였다. 이번 쿼터 지정과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한 한편 중국의 자본 유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 커다란 의미를 지닌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외환보유액이 280억달러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유출이 잠잠해졌지만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때 충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이강 부행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은 반드시 사전에 대비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미 장기간에 걸쳐 금리인상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고 있고, 앞으로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1년 시행된 RQFII를 통해 해외에 승인된 투자 쿼터는 지난 5월 말 현재 5018억위안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쿼터 시행에 따라 미국 투자자들이 실제 중국 금융자산 매입에 적극 나설 것인지 여부는 지켜볼 문제라고 월가는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한편 연이은 금융시장 혼란과 변동성 확대, 여기에 부실 여신 상승까지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