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인간극장’은 6~10일 조언 7시50분 ‘아버지의 유월’ 편을 방송한다. <사진=KBS> |
[뉴스핌=박지원 기자] KBS 1TV ‘인간극장’은 6~10일 조언 7시50분 ‘아버지의 유월’ 편을 방송한다.
인천광역시 중구의 한 치과 건물 1층엔 특별한 장소가 존재한다. 바로 ‘인천학생 6.25 참전관’. 이곳엔 특별한 사연을 가진 부자가 있다.
1950년, 고작 열여섯의 나이로 전쟁터에 뛰어든 이경종(83) 씨는 함박눈이 내리던 겨울 날 동네 형들을 따라 300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인천을 출발해 부산까지 20여 일을 걸어가 자원입대했다.
전쟁이 끝나고 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에게 남은 건 제대증과 평생 앓게 된 허리 병, 중학교 중퇴 학력뿐이었다.
전쟁에 참여하느라 정규교육을 마치지 못한 청년 경종 씨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다.
27살이 되던 해 독립운동가의 딸인 아내 김동숙(83) 씨를 소개로 만나 결혼한 후 삼형제를 낳아 기르며 열심히 살았지만 평생 가난한 삶은 변하지 않았다.
그 후 1996년. 46년만에야 비로소 '참전용사증'을 받으며 참전 군인임을 인정받지만, 그 종이 한 장이 그의 삶을 모두 보상해줄 순 없었다. 경종 씨는 그 종이를 붙들고 한참이나 울었다.
경종 씨의 허탈한 눈물을 보며 아버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기념사업을 제안 한 건 다름 아닌 치과의사인 맏아들 이규원(55) 씨. 그는 아버지에게 카메라와 녹음기, 자금을 지원했고,아버지 경종 씬 10여년에 걸쳐 198명의 학도의용대 출신을 만나 그들의 육성을 녹음하고, 색 바랜 사진을 수집했다.
그렇게 잊혀진 인천 학도병들을 위해 20년간 아들 규원 씨와 함께 직접 발로 뛰어가며 자료를 모으고, 학도병들의 육성을 기록해가며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인천학생 6·25참전관'이다.
국가나 지역의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고 오직 두 부자의 힘으로만 설립한 이 참전관엔 6·25전쟁과 인천 학도 의용군들에 관한 수많은 유물들이 보관돼 있다.
아버지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20년 전 시작한 작은 전시관은 지금 개인이 기록하고 모은 전시물로는 유례가 없을 만큼 방대하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매년 국방대학원 등 전문가들의 현장 수업까지 이루어질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어느덧 이 일을 시작한 지도 20년. 그간 월세, 전세로 옮겨 다니던 참전관은 딱 20년이 되는 올해 완전히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세상이 기억해주지 않은 인천학도병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한 부자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규원 씨가 건물 1, 2층엔 참전관을, 3층엔 치과를 둔 이유도 치과 환자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관람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2007년에 시작해 현재 4권까지 펴낸 ‘인천학생 6·25참전사’는 10권까지의 발간을 목표로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언제나 매일같이 참전관을 찾는 아버지 경종 씨는 꽃 같은 나이에 전쟁터에서 삶을 마감한 동료들의 사진 액자를 닦고, 그들의 흔적이 가득한 참전관을 돌아볼 때면 아직도 눈물이 흐른다.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나라의 보호를 받았어야 할 어린나이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 바쳐 싸웠지만 세월 속에 잊혀 진 인천 학도병들. 이경종 씨 부자는 그저 그들이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길 바랄 뿐이다.
그저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어린 학도병들의 충정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해 150평 규모의 참전관을 이룬 학도병출신 아버지와 아들의 20년 여정. 그리고 부자가 남기고 싶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인간극장에서 함께한다.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