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 과도한 레버리지..수익률 왜곡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고 신용등급인 AAA 등급 기업이 멸종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석유 메이저 엑손 모빌의 신용등급을 AA+로 내린 데 따라 미국 기업 가운데 AAA 등급을 지키고 있는 것은 존슨 앤 존슨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2개 업체에 불과한 상황이다.
엑손 모빌 <출처=AP/뉴시스> |
지난 1992년 S&P로부터 최고 등급을 평가 받은 기업이 98개에 달했던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AAA 등급 기업이 사실상 종적을 감춘 것은 주주환원과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회사채 발행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초저금리 여건이 종료를 맞은 정황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초 이후 투자등급과 투기등급 기업들의 대차대조표 내 부채가 4조달러 가까이 불어났다.
미국 기업들은 장기간에 걸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부채에 크게 의존했다. 부채가 전무한 기업이 레버리지를 늘릴 때 겨냥하는 혜택 중 한 가지는 시가총액의 상승이다.
하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는 오히려 기업 재무건전성을 해치고, 더 나아가 기업의 존폐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유통업체 시어스와 라디오 업체 아이히어미디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AAA 등급 회사채가 품귀 현상을 빚자 펀드매니저들은 AA 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간주하고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실정이다.
AAA 등급 회사채의 시가총액이 500억달러 가량에 그치는 데 반해 AA와 A 등급 시가총액은 각각 4190억달러와 1조7800억달러에 이른다.
이 때문에 수익률 왜곡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존슨 앤 존스과 마이크로소프트 이외에 하버드대학과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스탠포드대학 등을 포함하는 AAA 그룹의 평균 채권 수익률은 2.6% 내외에서 형성된 데 반해 아래 등급인 AA 회사채의 수익률은 평균 2.3%로 오히려 낮은 상태다.
최근 회사채 시장 상황과 관련,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의 제러미 시겔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는 기업들의 자본시장 접근이 얼마나 급속하게 차단될 수 있는가를 명백하게 보여줬다”며 “이후 신용평가사의 평가 모델이 크게 엄격해졌고, 대규모 현금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 아닌 경우 AAA 등급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 등급 기업의 수가 과거 수준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레버리지 규모를 적극적으로 줄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 개선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