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미국 기업들이 현금보유액을 늘리고 있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불확실성과 에너지 업계의 침체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대신 이들 기업은 저금리 환경에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를 인용해 지난해 말 미국 상위 50개 대기업의 현금보유액이 1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1.8% 늘어난 규모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시스코, 오라클의 현금보유액만 해도 5040억 달러였다.
FT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들이 복잡한 세제를 피해 매출액을 본국으로 송환하길 꺼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으로 이들 기업이 해외에 남겨둔 1조2000억 달러의 현금을 계속해서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이 기업들은 주주환원이나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을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레인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정치 일정과 미국 정치권 양측의 커다란 차이를 감안했을 때 세금법 개혁이 해외 현금을 국내로 환송되도록 하지 않을 것을 본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현금 보유액은 총 2160억 달러로 전체의 10분의 1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 중 93%는 해외에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낮은 국제 원자재 가격으로 원자재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미국 기업들의 자본지출은 8850억 달러로 한 해 전보다 3% 감소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저금리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부채를 늘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부채는 8500억 달러 증가한 6조6000억 달러였다.
부채는 신용등급이 낮은 소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현금 보유 상위 25개 기업의 경우 현금보유액이 부채를 웃도는 반면 투기등급 기업의 부채 대비 현금 비율은 12%로 급격히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