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종횡무진에 곱지 않은 시선, 문제는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아마존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우는 주가 강세에 증시가 축포를 터뜨리고 있지만 미국 경제 측면에서 볼 때 아마존의 성공이 득(得)보다 실(失)이라는 비판이다.
아마존 주가는 최근 700달러를 훌쩍 넘었고, 일부 시장 전문가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보다 먼저 1000달러 주가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 <출처=블룸버그통신> |
아마존의 외형 성장은 월마트부터 메이시스, 디즈니에 이르기까지 각 산업의 대표 기업들의 후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월가 투자은행(IB)들 사이에 아마존의 성공가도가 이들 기업들로부터 시장의 잠식한 결과이며, 이는 결코 미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기업들 실적과 아마존에 대한 대응에서 확인된다. 12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택배 시스템을 개선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사업 부문을 강화한 데 이어 아마존의 위협에 맞서고 있지만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의류 업계도 아마존의 세력 확장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코웬 앤 코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이 2017년 미국 최대 의류 유통업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존 블랙릿지 코웬 앤 코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아마존의 의류 유통 시장 점유율이 현재 5%에서 내년 14%로 대폭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7월 메이시스가 2년 이내에 유통업계 선두 자리를 뺏길 것이라고 경고했고, 1분기 실적과 연간 이익 전망을 통해 예측이 적중한 것으로 입증됐다.
아마존의 전력 질주는 이 밖에도 미디어와 식품 등 다방면에서 이루지고 있다. 아마존이 시가총액 3조달러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시된 한편 종횡무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맨해튼 벤처 파트너스의 막스 울프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아마존은 모든 업종을 뒤흔들고 있다”며 “주요 산업을 하나씩 잠식해 들어가며 기존의 업체들을 무너뜨리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각 업계 대표 기업들의 이익률과 매출이 하강하는 것은 아마존의 급성장에서 초래된 결과라는 얘기다.
아마존에서 비롯된 충격은 기업 실적 악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고용 악화와 상업용 오피스 시장의 가격 하락까지 실물경제 전반에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아마존과 기존의 기업들 사이에 엇갈리는 명암은 IT 기술이 전통 산업의 지형도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해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전개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아마존을 축으로 한 업계 판도 변화를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는 것이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얘기다.
일부에서는 생산성 측면에서 최근 현상을 평가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털어 놓고 있다. 컨버젝스는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의 급성장이 경제 전반에 걸친 일자리 창출과 임금 상승 등 건설적인 선순환을 일으키지 못하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