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기술·규제 변화 영향…행동주의 이사회에 '압박'
외부 CEO, 업계 시선 '냉랭'…"급박할 때 쓰는 카드"
[뉴스핌= 이홍규 기자] 글로벌 기업 수장(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외부 인사를 선호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를 통해 경영의 영속성과 안전성을 다졌던 과거와는 달리, 외부 인사를 통해 새로운 규제와 기술 변화에 대처하려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신기술·규제 영향+'이사회' 독립화
23일 자 이코노미스트 지 최신호는 회계자문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PwC)의 컨설팅 부서인 스트래티지앤(Strategy&)이 지난 17년 간 전 세계 상장 기업 2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 2012~2015년 사이 이사회가 새로운 CEO로 외부 인사를 채택한 비율이 22%로 앞선 2004~2007년 기간의 14% 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기간별 외부 인사 CEO 선임 비율 <자료=스트래티지앤> |
나아가 이들 가운데 미리 짜여진 승계 계획을 통해 선임된 신임 CEO의 비율은 2012년~2015년 사이 74%를 기록해 2004년~2007년 기록했던 비율(43%)과 대조된 모습을 보인 점에도 주목했다.
이렇게 기업들이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CEO를 찾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산업에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이에 따라 비지니스 모델도 급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부 CEO를 통해 기존의 경영 방식을 쇄신하겠다는 의도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간 비효율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이 도입되면서 회사의 업무를 관장하는 이사회도 더욱 독립적으로 변모했다는 진단이다.
헤드헌터 업체 스펜서스튜어트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상장된 기업 중 84%는 이사회가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의 이사회가 이렇게 독립적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데는 이른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의결권을 확보한 기관투자자나 헤지펀드들이 기업 실적, 지배 구조 개선, 구조 조정 등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실적이 좋지 못한 CEO를 퇴출하거나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당연시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행동주의 투자회사 아르주나 캐피탈은 아마존을 비롯한 9개 주요 기술 기업에게 남녀 간 임금 격차 축소와 임금 정보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 업계 시선은 '글쎄'… "급할 때 쓰려다보니"
JC페니에서 퇴출 당한 존 론슨 <사진=블룸버그통신> |
물론 외부 인사가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최근 흐름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과거 재임 기간으로 따져봤을 때도 내부에서 선임된 CEO가 외부 CEO보다 더 오래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은퇴 기준 내부 선임 CEO의 재임 기간의 중간 값은 5.8년을 기록한 반면, 외부 CEO는 4.8년을 기록했다.
또 잘못된 몇 몇 사례가 외부 인사 선임을 꺼리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2012년 야후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스콧 톰슨이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여 4개월 만에 사임했다. 당시 야후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밀려 순익이 직전년 대비 20% 감소하는 등 부진에 빠져있었는데, 이 '학력 위조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회사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또 2013년 미국 3대 백화점 업체 중 하나인 JC페니는 애플에서 '마케팅의 귀재'로 불렸던 론 존슨을 영입했지만, 이후 매출이 반 토막이나고 주가가 40%나 폭락하자 존슨을 퇴출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외부 CEO들이 좋지 못한 인상을 풍긴 데는 기업 대부분이 급박한 상황에서 이들을 선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존폐 여부가 거론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마지막 카드'로 꺼내들다보니 이들의 실적이 좋지 못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부 CEO 선임 횟수가 좋은 실적을 보이는 기업들 사이에서 보다 증가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코노미스트 지에 따르면 지난해 총주주수익률(TSR) 기준 상위 25% 기업들의 외부 CEO 선임 횟수는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의 재임 기간도 내부 CEO보다 더 긴 것으로 확인됐다. TSR은 주가 변동률과 배당소득을 합산해 계산한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