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음악에 대한 소신이 한층 깊어졌다. 자연스러움을 더했고 복잡함은 과감하게 빼버렸다. 초심으로 돌아간 바이브. 아무 제약 없이 곡을 써서 그럴까. 그 어느 앨범보다 자연스러운 곡이 탄생했다.
바이브(류재현, 윤민수)가 정규 7집 '리피트(Repeat)'를 들고 컴백했다. 디지털 싱글과 미니앨범이 주를 이루는 가요계에서 드물게 무려 14곡을 수록, 2년간의 공백을 알차게 메꿨다. 특히 시도해본 적이 없는 자유로운 표현에 도전한 점에 팬들의 시선이 쏠린다.
“다른 사람들은 정규 앨범 발매하는 걸 장인정신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저희는 아날로그인 테이프 음악도, 디지털 음원도 다 겪은 세대에요. 그래서 ‘이렇게 꼭 해야 된다’는 느낌이었던 거죠. 정규앨범에 대한 소신보다 앞선 선배들의 행보를 같이 걸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류재현)
“곡을 쓸 때 생활 속에서 힌트를 많이 얻어요. 그래서 많은 곡이 나오죠. 그런데 디지털 싱글에는 그 많은 우리의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더라고요. 정규앨범은 원하는 곡을 하나씩 꺼내서 듣는 느낌이 있잖아요. 소장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드는 게 결국엔 음악을 오래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거죠.” (윤민수)
그렇다고 이들이 디지털 싱글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10곡 이상의 수록곡으로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류재현과 윤민수 모두 작사, 작곡이 가능한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규 7집에는 디지털 싱글의 느낌을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변화를 선보였고, 그 결과는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바이브에게 그것은 ‘초심’이었다.
“디지털 싱글도 너무 하고 싶어요. 정규앨범을 만들려면 20곡 이상을 만들고 거기서 추려내야 해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이죠. 그런 부분에서 디지털 싱글은 조금 자유롭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생각을 한 게 변화를 주자는 거였어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거였죠.” (류재현)
“바이브 앨범에 저희가 부르지 않은 곡을 넣기도 했어요. 그건 프로듀스 입장에서 넣은 곡이죠. 상업적인 걸 떠나서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을 마음껏 보여주고 싶었어요.” (윤민수)
대중이 생각하는 바이브의 초심은 정규 2집부터 4집 앨범의 애절한 감성과 모든 걸 쏟아내듯 부르는 가창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말하는 초심은 ‘머리 쓰지 않고 만들고 부르는 음악’이다. 대중에게 가장 사랑 받았던 순간, 두 사람은 진부함과 공허함을 느꼈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앨범을 낼 때마다 정말 깊은 고민에 빠져요. 3집 이후로 음악에 애드리브도 많이 뺐고, 소리가 깊어져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죠. 그런 쪽으로만 생각하다보니 자꾸 원래 했던 음악이랑 멀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공연을 해도 공허하고, 계속 부족한 느낌을 받았어요.” (윤민수)
“성장통을 겪은 기분이었어요. 3집 이후로 저희가 머리 쓰면서 음악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러다보니 감성은 비슷하게 나올지 몰라도, 머리만 쓰는 음악을 하니까 진부함을 느꼈어요. 이번 앨범은 머리를 쓰는 음악이 아닌 우리가 사랑했던 음악을 떠올리면서 작업했고 그렇게 접근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류재현)
익숙했던 옛날의 바이브가 갑작스레 변하다보니 대중 입장에선 조금 어색할 법도 하다. 또 예전의 감성과 그들의 ‘머리 쓰는 음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이브 역시, 이 문제점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 해결점이 바로 ‘컬래버레이션’이였다.
“창법은 바꾼다고 해도 우리의 감정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앨범을 준비할 때 음원 성적도 생각해야 되니 부담스럽죠. 또 새로운 콘셉트를 할 때 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잖아요. 하하. 그래서 다양한 가수들이랑 콜라보를 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했어요. 우리가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다른 가수들이 소화해주는 걸로 해결점을 찾은 거죠.” (류재현)
실제로 이번 바이브 정규 7집은 다양한 가수들이 피처링했다. 개그우먼 김숙부터 가수 정용화, 거미 그리고 미국 R&B 가수 알 켈리까지. 초호화 피처링 군단으로 앨범 발매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모았다. 바이브가 이들에게 피처링을 부탁한 것은, 인지도보다는 곡의 완성도 때문이었다.
“피처링을 부탁했을 때 안 된 적은 없어요. 그리고 수록곡 중 ‘열정페이’라는 곡도 저희가 부르는 것 보다, 그 시절을 직접 피부로 겪은 나이또래가 부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정용화에 부탁했죠. ‘썸타’도 우리가 부르는 것 보다 어린 친구들이 부르는 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한 거죠. 매번 곡을 먼저 만들고, 그 음악에 어울리는 가수들을 찾아요. 그래야 가장 좋은 음악이 나오더라고요(웃음).” (윤민수)
“특히 거미와 같이 부른 곡은 댓글에 ‘거미가 부릅니다, 1년 365일’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하하. 그런 댓글도 너무 감사하죠. 더군다나 이번 앨범은 변화에 대한 시작을 알리는 거라서 젊고 어린 층도 아우를 수 있는 곡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류재현)
류재현의 바람대로 바이브는 변화에 대한 시작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제약 없이 곡을 만들다보니 ‘썸’ ‘열정페이’ ‘한잔해요’ ‘별다방’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탄생했다. 비록 대중이 느끼는 바이브의 초심과 그들이 말하는 초심이 다를지언정, 그들의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음악에 대한 끝없는 능력을 발휘한 셈이다.
“편하게 꾸준히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음악적인 부분도 많이 내려놨어요. 힘줘서 부르지 않았고 녹음도 굉장히 편했죠. 자연스러움을 담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편안하게 오래오래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윤민수)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