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이고 과감한 사업혁신으로 미래 선점
[뉴스핌=김신정 기자] "짧은 호황, 긴 불황의 '뉴 노멀(New Normal)'시대를 맞아 생존을 위한 선제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본사 사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뉴 노멀 시대에는 불황 때 덜 잃고, 호황 때 더 많이 버는 일류 기업만이 살아남게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장기 저성장의 '뉴 노멀'시대를 대비해 과감하고 선제적인 사업구조 혁신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고부가화학, 배터리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신규 글로벌 파트너링(Global Partnering)과 인수합병(M&A)을 성사 시키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경우 중국 내 합작법인인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와 같은 글로벌 파트너링을 활용해 중국 중심의 성장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올해 중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2차전지 분리막(LiBS) 사업은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며, 향후 글로벌 2위인 시장 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또 "화학업계에도 미래 산업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생존을 확보하고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과감하고 선제적인 '사업구조 혁신'(Portfolio Transformation)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정철길 부회장이 R&D 센터 3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화학업계는 이미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합종연횡을 본격화 하고 있다. 미국 화학업계 1, 2위를 달리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지난해 말 합병에 합의했고, 중국의 한 화학기업은 올 초 세계 최대 농업생물공학 기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최근 저유가와 공급과잉 문제로 미국 셰일 업체들이 줄도산하는 등 상류부문(자원 탐사, 개발 등)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하류부문(정제, 유통 등)은 석유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로 호실적을 보이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 등 탈(脫)석유화 트렌드가 확산되는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 부회장은 사업구조 혁신의 성공을 위해선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와 스피드·유연성 제고 등 조직문화 혁신이 근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호황기에 차별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불황기에 수익을 지키는 경영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정 부회장은 먼저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의 추진 방향을 고부가제품(Non-Commodity), 비전통자원(Unconventional) , 글로벌 파트너링(Global Partnering)과 인수합병(M&A), 중국과 미국 중심의 사업개발 강화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석유사업의 경우 차별적, 구조적 경쟁력 강화해 나갈 방침이고, 화학사업은 중국과 고부가 제품중심의 투자를 통해 기존 범용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초 본사 기능을 중국 상하이로 이전한 SK종합화학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 인수, 글로벌 파트너링 방식의 합작 사업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또 윤활유 사업은 합작 또는 M&A 등을 통해 완제품 윤활유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하기로 했다. 트레이딩 사업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석유개발사업은 미국 내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 자산 신규 인수와 기존 석유개발 사업 확장 등을 통해 독립적인 석유개발 전문회사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석유개발사업은 저유가로 전 세계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고 있다"며 "기회를 포착해 사업을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문화 혁신과 관련해, "스피드와 유연성을 강화함으로써 유가와 환율 등 경제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클 때는 시장 변화를 빠르게 읽고,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큰 차별화"라고 전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을 오는 2018년까지 기업가치 30조원이 넘는 글로벌 일류 에너지 화학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재차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그 동안 뼈를 깎는 수익구조, 재무구조 혁신을 통해 기초체력을 확보했다"며 "이제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기업가치를 키워 글로벌 일류기업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진정한 글로벌 일류 기업은 사업·재무·수익·지배구조 뿐 아니라 사람 역량기술, 조직문화 프로세스 등 모든 영역에서 일류가 돼야 한다"며 "전방위적인 구조 혁신을 위해 CEO부터 앞장서 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 2011년 이후 최대실적이다. 2014년 7.8조에 달했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3.5조원대로 줄었고, 부채비율은 2014년 119%에서 지난해 84%로 크게 낮아졌다. 국내외 신용평가기관이 부여하는 신용등급도 이전 수준을 모두 회복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