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SK ‘책임 커질까’, 이마트·애경 ‘수사 피했으니’
[뉴스핌=강필성 기자]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전격 사과 발표와 함께 보상 준비에 나섰지만 그 여파가 다른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가 롯데마트에 이어 사과와 보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정도다.
가장 큰 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나 검찰 수사 대상에서 빠진 이마트, 애경산업 등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업체간 행보가 극단적으로 엇갈릴 전망이다.
1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마트에 이어 피해자 사과에 나선 회사는 홈플러스가 유일하다.
홈플러스는 이날 롯데마트가 사과한 직후 “검찰 수사 종결 시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해 보상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롯데마트는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가 직접 고개를 숙이는 사과와 함께 보상 전담 조직을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피해 보상 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하지만 이 외의 다른 기업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마트는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별 다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지 않고 애경산업 역시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검찰 측에서 유해성을 지닌 제품으로 압축한 4개 제품이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홈플러스의 ‘홈플러스’,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세퓨’였기 때문.
이들은 모두 살균제 성분 중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MG)계열과 에톡시에틸 구아니딘(PGH)계열을 이용한 경우다. 반면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와 이마트의 ‘이플러스’는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 제품은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를 사용했다.
이들 기업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과나 보상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PHMG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과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옥시는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는 케이스다.
업계에서는 “유통업체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피해 보상금에 대해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지만 제조사들은 이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의 수사 발표 및 재판에 앞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 및 피해 보상의 모양새를 취하는 것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발생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자사의 안위가 우선순위였다는 얘기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이용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사망자는 정부 집계 140여 명이고, 피해자 단체 집계로는 220여 명에 이른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