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협회, 무실적 모집인 파악 나서…자격 말소 예정
[뉴스핌=전선형 기자] #회사원 A씨는 최근 꺼림직한 경험을 했다. 연금보험 가입을 위해 지인을 통해 설계사를 소개받아 계약했는데, 청약서에 소개받은 설계사가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계약이 돼있던 것. A씨는 담당설계사에게 ‘계약이 잘못된 거 같다’고 알렸지만, 설계사는 “최근 계약이 하나 잘못돼서 내 이름으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친한 동료의 명의를 빌리는 거니까 괜찮다”란 황당한 해명을 했다. 말로만 듣던 ‘경유계약’이었다. A씨는 찝찝했지만, 지인과의 관계도 있어 일단 계약을 맺었다.
보험업계가 ‘경유계약’ 등 불법 영업을 근절하기 위해 정화작업에 나섰다. 장기간 실적이 없는 설계사들을 색출해 불법 영업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보험사에 장기간 판매실적이 없는 설계사와 영업대리점 현황파악을 요청할 계획이다. 조사가 끝난 뒤에는 무실적 설계사와 개인대리점의 등록코드 말소작업을 각 보험사에 안내할 예정이다.
이번 작업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지시한 개선사안의 일환이며, 7월 1일까지 정비작업을 완료한다.
무실적 설계사들은 과거 보험사에 등록했다가 개인적 이유로 퇴사하거나, 징계조치로 해촉됐지만 지인 명의를 도용해 보험사에 등록한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무실적 설계사들은 앞선 A씨의 사례처럼 경유계약에 활용되고, 향후 고아계약(고객을 관리할 설계사가 없는 계약)까지 양산하는 등 불법 영업의 원인이 돼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해촉 권유 등은 보험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라며 “그걸 역이용해서 일부 설계사와 대리점이 무자격 설계사 영업, 경유계약 등의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계약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며 "나중에 계약자들은 보험계약에 문제발생시, 문의나 항의할 설계사가 없는 '고아계약(관리해줄 설계사가 없는 상태)'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말 기준 샌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등록된 2만8793개 개인대리점 중 3년 이상 모집실적이 없는 개인대리점의 비중이 45%에 달한다. 제대로 집계가 되지 않는 소형 독립대리점(GA)까지 더하면 무실적 설계사와 영업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금감원의 지시에 따라 7월 1일까지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보험사의 데이터를 가지고 설계사 등록을 말소시키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기 비활동 설계사와 대리점이 경유처리 등 불법적이고 부당한 보험모집 활동의 통로로 이용되지 않도록 정비를 요청한 것”이라며 “앞으로 보험사가 정기적으로 무실적 설계사에 대한 방안 등을 협회에 일괄적으로 제출해 제대로 된 정비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