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채권 발행 동력 꺼지나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화이자의 1600억달러 규모 알러간 인수가 무산된 데 이어 할리버튼의 베이커 휴스 인수에도 제동이 걸리는 등 대어급 기업 인수합병(M&A)이 복병을 만나자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긴장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채권 발행시장의 중추적인 동력이었던 M&A가 시들해지면 채권시장 역시 열기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대통령 선거와 기업 조세 회피를 차단하려는 감독 당국의 움직임이 해당 기업의 M&A를 통한 외형 확장은 물론이고 채권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과 2015년 미국 투자등급 기업의 회사채 신규 발행액은 각각 1조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2013년부터 기업 M&A가 봇물을 이룬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대규모 기업 인수에 나선 업체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시장으로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이른바 테이퍼 발작으로 인해 시장금리가 들썩거렸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지난해 12월에 가서야 단행된 만큼 역사적인 저금리 역시 채권 발행을 통한 기업 M&A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했다.
올해도 M&A 시장은 활황을 연출했다.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발표된 M&A 규모는 3760억달러에 달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정치권과 조세 제도 관련 당국의 움직임이 최근 메가톤급 M&A의 발목을 붙잡았고,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채권시장 역시 악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올해 채권 발행 규모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은행(IB) 업계 전문가들은 긴장하는 표정이다.
더블라인 캐피탈의 보니 바하 글로벌 선진국 신용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세금 회피뿐 아니라 독과점 방지와 그 밖에 다른 사유를 앞세워 정부가 기업 M&A를 무산시킬 경우 채권시장이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에너지 섹터를 중심으로 2020~2022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가운데 M&A 계획이 철회될 경우 채권을 되사들이는 조항이 명시된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며, 투자자들은 또 다른 채권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채 발행이 위축될 경우 수급 불균형이 심화, 적정 수익률을 제공하는 채권을 찾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수익률의 왜곡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연초 이후 투자등급 회사채 신규 발행액이 3640억달러에 이르지만 M&A에 나선 소수의 업체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결과일 뿐 실상 전반적인 자금 조달은 위축됐다.
안호이저 부쉬 인베브의 460억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을 제외하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은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줄어들었다.
반면 우량 회사채를 찾는 투자 수요는 날로 증가해 수급 교란이 악화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